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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18. 2020

50. 부활절 토끼를 입양하던 날

써니와 함께 -  마인츠대 독일학 교환학기 회상 여행 (2)

17.03.04 토요일


아침 산책에 나섰다. 마인츠 구시가지가 여전히 그대로 일지, 혹시 그간 멋진 카페가 생기진 않았을지 궁금했다. Intercity 호텔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웬 언덕을 지나(마인츠 시내의 지붕 풍경이 보이는 곳이었다) 좁은 골목에 접어들었는데, 그곳에서 양조장 하나도 발견했다. 아직도 모르는 마인츠의 구석구석 모습들이 많다 참.


그렇게 걷고 걷다가 구시가지와 멀지 않은 곳에서 Kaffeekommune(커피 코뮌)이라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자리가 없었을 뻔했다. 카페에는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많았다. 바리스타 분의 목소리도 커피 향을 꼭 닮아 참 부드러웠고, 내부 분위기 또한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게 멋졌다. 주홍빛의 벽돌들이 햇빛을 받자 따스한 분위기가 카페 내부에 가득했다. 한국의 어느 유명 카페들에 뒤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써니와 나는 Brühkaffee(드립 커피) 메뉴판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커피의 바디감과 향 등을 설명하는 다양한 문구들(볶은 땅콩, 장미, 헤이즐넛 등)이 독일어로 적혀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드립 커피의 가격은 4.1유로(약 5000원)로 유럽 치고는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다. 그렇지만 마인츠로 온 추억여행이 아닌가.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스스로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거 주세요, 하고서 주문하자 (에단 호크를 닮은) 종업원 분이 "네"하고서 웃으셨다. 비염 증세가 조금 심해져 다소 거슬리긴 했지만 커피를 마시자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인츠 시내 지붕 뷰를 자랑하던 언덕과 저 멀리 보이는 대성당의 머리부분(좌). "당신이 하는 것을 사랑하라(Liebe, was du tust)"라는 문구가 적힌 한 사무실(우).
토요일 아침 찾은 카페코뮌의 외관(좌). 재미있게 탐독?했던 드립커피 메뉴판(중)과 그 결과 주문한 드립커피 두잔(우).



다음 행선지는 초콜릿 쇼핑을 자주 하던 대형슈퍼마켓 Real이었다. 4월 부활절 시즌을 맞이하여 3월 초부터 부활절 초콜릿들이 대거 진열되어 있었다. 가을/겨울학기만을 이곳에서 생활했던 써니와 나에게 부활절 시즌의 독일은 처음이었다. 귀여운 초콜릿 포장에 눈과 마음이 팔린 나머지, 카트에 초콜릿을 정신없이 쓸어 담아왔다. 교환학생 시절이나 지금이나 장 보러 와서 초콜릿만 사가는 건 여전하다 참...


부활절 초콜릿들의 종류, 모습은 꽤나 다양하다. 달걀, 귀여운 동물들과 요정 등... 그러나 그중 가장 많은 초콜릿은 단연 부활절 토끼 초콜릿이다(당연한 이야기지만 '토끼 모양을 하고 있는' 초콜릿이다). 부활절 토끼의 유래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부활절의 시기가 봄이라는 점을 고려해 새 출발, 탄생/출산과 부활절을 연관 지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주장은 전통 농경 사회 때부터 각각 부활과 다산의 상징성을 지닌 달걀과 토끼가 종종 부활절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반면 부활절 토끼가 이교도의 오랜 전통 중 하나였다가 기독교의 풍습으로 정착하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주장일 뿐, 부활절 토끼의 유래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유래가 어찌 되었건, 현대 독일에서 부활절 토끼 초콜릿은 밸런타인데이에 주고받는 초콜릿만큼이나 인기 있는 일종의 문화 상품이다. 모쪼록 이 많은 초콜릿들 중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보내줄 만한 초콜릿이 있나 잘 살펴봐야겠다.




부활절 초콜렛들의 모습. 모양과 포장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 으아, 너무 귀엽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사실 이 추억여행에는 중요한 인물 한 명이 빠졌다. 써니와 함께 마인츠대 교환학기를 지냈던 학과 후배(이제는 선후배가 아닌 친구처럼 지내는) 홍이 바로 그 한 명(추억여행 내내 '홍도 함께였으면 좋았을 걸'하던 우리였다)! 슈퍼마켓을 나서기 전에 써니와 나는 홍에게 부활절 병아리 초콜릿 하나를 선물하자면서 카트에 초콜릿 하나를 마지막으로 하나 더 담았다. 웬만해서는 토끼를 골라 주려고 했는데, Lindt에서 출시한 부활절 병아리 초콜릿이 홍과 너무 닮은 게 아닌가! 이건 홍을 위한 초콜릿이라는 생각에 홀린 듯 병아리를 골랐다. 며칠 뒤, 추억여행을 마친 써니는 한국으로 돌아가 홍에게 선물을 전해 주었다. "초콜릿 잘 받았어요 언니!" 하면서 홍이 인사를 건넨다. 참 달달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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