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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6. 2020

58.유럽평의회 그 이후:"고봉 치즈" 알자스식 샐러드

'마스'와 '맵', 유럽학 석사생의 스트라스부르 수학여행 기록기 (4)

17.03.16 목요일


수학여행 이틀 차.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CoE) 방문과 자유여행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2학기를 맞이하여 유럽문화정책(European Cultural Policy)이라는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요즘, CoE를 방문하다니 제대로 '수학'여행이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은, CoE가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complementary organization', 일종의 파트너/보조 기구일 뿐, 사실상 EU 기구는 아니라는 점이다. EU와는 별개의 임무를 수행하며, 멤버십 구성 또한 터키나 러시아 등을 포함할 만큼 차이를 보인다. 특히 CoE는 세계대전을 교훈 삼아, 물리적인 분야에서의 국제 경쟁과 협력만을 논할 게 아니라 인적 교류와 문화를 키워드로 한 국제 교류에 주목하고자 출범하게 되었다는 이력을 갖고 있다. UNESCO와 EU와 함께 유럽 문화정책의 대표 주자로 거론될 정도의 상징성을 가진 기관이다.


하지만 CoE를 향한 높은 관심에도 잠시, (안타깝게도) CoE 로비에 붙은 각종 설명 표지판을 보다가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표기된 것을 발견하고선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다 결국은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무로 회의장 내부를 꾸며놓은 풍경을 보고서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나무나무했던 CoE의 풍경. 사실 특강보다 건물 내부 디자인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Petit France라 불리는 스트라스부르의 강변에는 재미있게도 독일전통가옥인 Fackwerkhaus가 가장 많이 목격된다. 야외테이블이 많이 놓여있던 저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CoE 방문 후에는 스트라스부르 거리로 나갔다. 알아서 점심을 먹고 보트 투어를 하고 싶은 사람은 **시까지 선착장 앞에서 모이자고 했다. 교수님의 공지사항 전달 이후, 학생들은 자연스레 친한 사람들끼리 그룹을 지어 흩어지게 되었는데, 나는 독일 친구 N, 덴마크 아주머니 EL, 그리고 중국 친구 Y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강변 쪽으로 걷다 걷다, 햇살 좋은 로컬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무얼 먹을까 고민을 하다 알자스식 샐러드를 주문해 보았다. 지역명이 메뉴 이름에 적혀 있으니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주문한 샐러드가 나왔고, 화이트 소시지 밑에 깔려 있는 하얀 채(?)가 혹 양배추 채인가 하고 먹어보았더니 치즈였다. 알자스식 샐러드에는 치즈가 야채보다 훨씬 더 많았다. 고봉밥이 아닌 '고봉치즈' 그 자체였다.  


선착장 집결 시간까지 30분 정도가 남았을 때, 나는  전날 인터넷에서 검색해 둔 치즈케이크 카페를 식사 메이트들에게 보여주었고,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사진을 본 세 사람은 하나같이 '케이크 투어를 가자! 보트 투어는 버려!'하고 대동단결하기에 이르렀다. 안 그래도 스트라스부르를 좀 걷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물론 보트 위에서 구경하는 스트라스부르도 이쁠 테지만, 직접 골목들을 걸으면서 상점을 들락날락하고, 사진을 찍다가 동네 카페에 들어가 여유를 부려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치즈 케이크로 동행인 세 명까지 구했으니, 이제 그 자유시간에 수다 타임까지 추가되겠구나, 싶었다.



점심을 먹었던 La conde à Lince 식당 겸 카페. 경치와 햇살을 즐기며 배를 채우기 좋은 곳! 음료와 음식을 함께 시켜도 20유로가 넘지 않을 정도의 가격을 자랑한다.
저 하얀 채들이 놀랍게도 다 치즈다 치즈.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누군가 나의 여행 스타일을 묻는다면, 나는 계획 5 : 즉흥/기분 5라고 답하며 '토키 워키(talkie-walkie)'라고 답하지 않을까. 골목을 걸으며 눈높이에서 발견하는 여행지의 풍경들을 좋아라 한다. 전망대에 굳이 올라가거나 보트나 배를 굳이 타지 않아도 좋다.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직접 체험하는 여행지가 더더욱 기억에 남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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