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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7. 2020

59. 생강향 나는 3월의 크리스마스

'마스'와 '맵', 유럽학 석사생의 스트라스부르 수학여행 기록기 (5)

17.03.16 목요일 (계속)


'1인 1 케이크'라는 룰을 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학교에서 정해준 '보트 여행' 대신 '케이크(자유) 여행'을 택한 우리 넷은 그 룰을 전격 존중하기로 했다. Grande Rue로 들어선 우리는 치즈케이크에 에스프레소를 진득하게 즐겼다. 입안이 점점 달아지는 걸 느끼면서,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몽글몽글 해져만 갔는데, 마음이 푸근해지니 수다가 절로 이어졌다. '뤼벤 최고의 카페가 무엇인지, 법대 앞의 cafe mont(카페 몽)이 바로 그러한지?' 하는 질문부터 '2학기를 시작했는데, 어떤 수업들을 듣고 어떤 논문을 계획하고 있는지?' 하는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오고 갔다.


카페 타임을 마친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의 전통 생강빵과 쿠겔 호프(Kugelhof: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산맥 모양의 빵), 각종 간식들을 구경하면서 거리를 누볐다. 특히나 생강빵 전문 가게에 들려 불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시식을 잠깐 하기도 했다. 잠깐 시식을 한다고 가게에 머무르는 사이 옷 사이사이에 생강 향이 진하게 배었는지 그 가게를 나온 이후 걸을 때마다 옅어져만 옷깃에서 생강의 흔적이 맡아졌다(?).


온몸에서 생강 향을 제대로 떨쳐냈을 즈음, 사계절 내내 문을 열고서 관람객을 맞는다는 크리스마스 소품 가게를 발견하고서 달려가다시피 들어갔다. 3월 중순에 트리 불빛을 보면서 가게 내부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들이니 기분이 묘했다. 스트라스부르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기에, 틈이 날 때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 모으는 나로서는 꼭 구경하고 싶은 가게였다. 크리스마스 나무를 빙빙 둘러서 감을 수 있는 레이스 장식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구스타보 교수님을 떡하니 마주쳤다. 교수님은 우리들에게 왜 보트 투어 안 왔었냐면서 말을 거시더니, 여행지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는 게 교수님만의 여행지 리츄얼(ritual)이라고 했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교수님이다.


하루 종일 족히 10km는 걸어 다녔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대성당의 장미 창(Rose Window)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집결장소인 대성당 앞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저날 하루의 사진첩에는 꽤나 많은 사진들이 남았다. 스트라스부르의 거리 풍경부터 들렀던 카페와 크리스마스 소품샵, 구경하길 놓치지 않았던 빵집들까지... 여행지에서의 하루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아마도 굉장히 부지런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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