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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03. 2020

66. 무용수의 이야기 그리고 경영학을 향한 두 마음

ESSEC 비즈니스 스쿨 봄 계절학기 노트(4)

17.04.05 수요일


오늘의 문화예술경영 수업의 테마는 발레 산업이었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에서 발레 공연을 올리게 되면, 아무래도 파리가 그간 쌓아온 이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통 발레극의 예매율이 현저하게 높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전통 발레극을 현장에서 직접 감상하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라고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렇지만 전통 발레가 비교적 고지식하게 경영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한 태도로 문화예술산업의 변화무쌍한 트렌드를 반영하려고 하는 모던 발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발레 산업 수업 중간 지점에서 가진 쉬는 시간. 경영대 로비에 마련된 '모두를 위한 피아노'가 괜히 주변을 극장화시키는 것 같아 눈여겨보게 된다.

수업 중에는 모던 발레 극장/컴퍼니로 명성이 자자한 런던의 Wells 발레 컴퍼니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와는 조금 다른 준비과정을 겪는 런던의 어느 왕실 전통 발레단의 swan lake 공연 준비 다큐멘터리를 함께 시청했다. 예술적 철학을 추구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것. 그리고 경제적 이익/효과를 창출하는 것. 두 가지 목표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히 다가온 건 '몸'이 곧 도구이자 목적,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와 소재가 되는 발레 산업이 지닌 한계와 그로 인해 생기는 일종의 경외감 같은 감정이었다.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몸이 언젠가 닳고 끊어질지도 예측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듯 움직이고 스텝을 밟는다. 조금이라도 더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땀을 흘리는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순간, 켭켭이 쌓인 나의 옆구리살들이 게으름의 증표 같아 허리에 얹은 손을 스윽 내리게 되었지만.)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비즈니스 스쿨에서의 계절학기는 여러모로 나를 많이도 자극한다. 내 주변의 모든 서비스들의 운영 계획과 수정 원리들을 파헤쳐 보는 일종의 '백 투 더 스테이지' 같은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려대는 마케팅과 숫자쟁이들의 냉철함에 움츠러들기도 한다. 경영학은 참 알다가도 모를 학문(?)이다.


강의실 보도에 붙어 있던 한 만화: "학생들을 어드벤처, 모험으로 가득한 상황으로 내몰아 보자고!" 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영 사악하다. 혹시... 경영학의 표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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