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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11. 2020

74. 오시비엥침의 또 다른 이름: 아우슈비츠

2학기 중 E와 함께 한 3박 4일 폴란드 여행 (3)

17.05.05  금요일


아침 아홉 시. 우리는 바르샤바 중앙역사에 들어와 있었다. 15분 정도 기다렸던가. 폴란드 제2의 도시 크라쿠프(Kraków)로 향하는 기차가 들어왔고 E와 나는 오시비엥침(Oswiecim)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오시비엥침은 독일식으로 아우슈비츠(Auschwitz)라 불리는 곳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옛날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적 책무성(historical responsibility)과 국제 협력, 관계 등의 중심추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수용소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다. 우선, 바르샤바 역에서 크라쿠프 역으로, 또다시 크라쿠프 역에 서 '미니 버스(말 그대로 미니 버스다, 학원 봉고차 같은 그런 버스)'를 타고서 약 2시간을 더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폴란드 시골 중의 시골이자 독일 나치 정권이 세운 첫 대형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하게 된다.


예약 투어제로만 입장이 가능한 이곳의 영어 투어는 이미 매진이었고, E와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탈리아어 투어를 신청한 상태였다. 그런데 크라쿠프에서 탑승한 미니버스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2시간의 버스 여정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길어졌고, 투어 시간보다 45분이나 늦게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도착했다. 사실, 입장 시간을 못 맞추면 들여보내 주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E와 내가 합심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안내 데스크에 사정사정을 한 결과, 입구 안내소 직원의 허락을 받고서 이탈리아어 가이드 설명 기기를 받고서 얼른 수용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수용소 내부에서는 늘 투어 예약 그룹별로 이동을 해야 한다는 거다. 개인행동은 금지였고 E와 나는 45분 전에 입구에서 함께 만나 움직이기 시작한 '그 이탈리아 투어 그룹'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단서가 있었다. 안내소 직원이 손에 쥐어준 설명 기기는 마치 무전기처럼 이탈리아 투어 가이드와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치지직 하면서 음성을 잡아낸다. 그러니, 이 투어 그룹, 저 투어 그룹에 섞여 들어가서, 가이드 기기를 귀에 가져가 대 보고 이탈리아어가 제대로 흘러나온다면, 비로소! 드디어! 예약해 둔 투어 그룹이 무사히 합류한 셈이 되는 거다. 예상치 못한 첩보 작전이었지만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들의 투어 그룹을 발견할 수 있었다(천만다행이었다).


우리들이 서 있던 곳은 'Arbeit macht frei(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이기적인 문구가 적힌 철문, 그 아래였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그날은 참 날씨가 화창했다.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어 그 어느 곳에도 그늘이 없어 보이던 수용소 풍경이 참 낯설었다. 어둡고 칙칙한 건물들과 역사의 흔적들이 비해 날씨가 참 야속하게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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