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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Mar 16. 2017

냉장고를 부탁해

By Wodian Jinnie 

녕하세요, 여러분. 워디랩스 지니입니다. 낮동안은 성큼 찾아온 봄빛에 들떴다가, 저녁이면 다시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네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동안은 맛있는 커피 한잔 놓고 여유도 좀 부리고 싶은데, 요즘 워디랩스는 봄기운에 마음을 뺏길 여유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무리된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다양한 그룹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심혈을 기울인 워디박스도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며, 워디랩스의 이름을 건 오프라인 세션들도 진행을 하고 있고요.. 그 밖에도 이런저런 즐거운 일들을 만들고 있어요 :)
 
저희가 전하는 워디랩스 소식들에 응원의 메시지들도 많이 보내주시고, 어떻게 그런 것들을 했냐는 칭찬들도 아낌없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사실 적지 않은 가짓수의 일들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팀원들 모두 고생이 많았어요.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것만 좀 더 해놓으면 편해지겠지..라는 저희의 소박(?)한 기대 따위는 단 한 번도 현실이 되지 못한 채, 일을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 투성이었습니다. 시간, 인력, 자금, 스킬.. 등등 무엇 하나 우리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가지고 있지 못했고, 작은 결과 하나를 손에 넣기까지 뒤에서 너무도 많은 것들을 해내야 했지요.
 


가끔 가만히 생각하면 ‘이 사람들.. 어떻게 이것들을 다 해내고 있지..?’싶어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가 대견해서 애쓰고 있는 팀원들을 힘껏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언젠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워디랩스 팀이 오버랩이 되더라고요. 이 방송에서는 요리를 의뢰한 사람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로 들고 와서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자재들로만 정해진 시간 안에 요리를 해내야 하거든요. 내로라하는 셰프들이지만, 한참 부족한 식자재들을 가지고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지요. 게다가 눈앞에서 똑딱똑딱 시간은 가고 있고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들이 그 어려운 일을 멋지게 해낸다는 거예요! 냄비와 팬을 동시에 쓰면서 칼질도 해야 함은 물론이고, 고기를 재울 시간이 없으니 얼른 다른 조리법을 생각해내서 비슷한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라면이 근사한 중식요리로 둔갑하거나, 먹다 남은 파프리카가 요리에서 한몫을 단단히 하며 근사하게 쓰이기도 하지요.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제한된 시간 안에 정신없이 만들어내는데, 시간 안에 요리가 완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시식 후에 놀란 입을 다물지를 못합니다. 분명히 본인의 냉장고에 있었던 재료들인데,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메뉴를 생각해낼 수 있으며, 또 심지어 전문 식당 못지않은 훌륭한 맛까지 갖고 있냐는 것이지요. 단연 셰프들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아마도 손이 보이지 않게 칼질을 하고 양손으로 팬을 돌려가며, 머릿속으로는 다음 조리과정을 그리면서 요리를 해내는 셰프들의 숨 가쁜 모습 속에서 워디 랩스 팀원들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처럼 제대로 된 식재료도 넉넉한 시간도 없지만, 저희도 그 안에서 최고치의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계획한 것들을 만들어야 했었거든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 시간들을 거치며 제가 깨달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 넉넉지 않은 조건에서 성과를 내려면 탄탄한 기본 실력과 창의력은 필수라는 거예요.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없는 것도 만들어 쓸 줄 알아야 하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을 빨리 그리고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손이 있어야 하지요. 이제 와서 반죽 배우고, 칼질 연습할 시간이 없거든요. 둘째, 조금만 더 지나면 힘들지 않을 거야, 이것만 해놓으면 괜찮을 거야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는데, 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때가 올까? 아니 그런 상황이 가능하기 나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얼마나 성장을 하든,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과제들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넘어야 할 제약들도 실과 바늘처럼 함께 따라올 것이지요. 그 모양과 경중은 다를지라도 해결할 문제는 늘 존재할 것이니, 그것들을 모두 안고서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냉장고는 어떠신가요? 원하는 재료가 늘 가득 차 있나요? 아니면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필요한 재료가 없어 아쉽고, 가진 것 안에서 뭘 더 해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만드나요? 아마 저희에게 주어졌던 상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보는데요. 원하는 일, 가고 싶은 회사를 당장 내 손안에 넣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 이 상황에서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을) 최고의 키친, 최상의 식재료만 기다리고 계신가요? 그러다가 우리 인생의 시계가 주어진 15분이 다 되었다며 알람을 울려댈지도 몰라요.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찾느라 시간 낭비를 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빠르게 캐치하고 내게 유리하게 만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 탄탄한 기본 실력은 필수이고요!
 
이 쇼가 끝나면 여러분 앞에 어떤 멋진 요리가 놓일까 궁금해지네요. 무엇이 되었든 이것은 여러분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니, 플레이트에 당당히 당신의 이름을 붙이셔도 좋습니다! :) 
 
 
Be Wodian,
Ji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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