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Choi Sep 13. 2017

취업 활동하는 가족

by Wodian Chihye

여기에 네 식구 한 가족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일류 대기업 인사 담당자로 누 구보다도 수십 년간 부지런히 일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내년에 상무 승진을 약속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내년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평판이 좋아 계약직으로 몇 년 더 근무하기를 약속받았습니다. 첫 째인 딸은 이른바 명문대를 나와 주얼리로 손꼽히는 기업에 들어가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막내아들은 누나처럼 좋은 대학을 나오지는 못했지만, 취직을 도와주는 학원을 다니며 입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찌 보면 별 무리 없이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 날, 각자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서 가족원 4명 모두 직장을 잃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일본 드라마 '취활가족 ~분명 잘 될 거야~(就活家族 〜きっと、うまくいく〜)' 입니다.
(*일본에서는 '취업활동'을 줄여서 '취활'이라고 합니다.) 


<포스터 상단에는 '우리 가족에게 일을 주십시오'라고 써 있네요>

올해 1월부터 일본 '티브이 아사히'에서 방영된 드라마 '취활가족'은 이제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고용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일본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업활동은 더 이상 대학 졸업생에게만 해당되는 이슈가 아니라 가족원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적당히 발랄하면서 무게감 있게 진행되는 에피소드들은(물론 과장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진짜 현실은 이것이다,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듯합니다.

아버지인 '도미카와 요스케'는 평생직장의 신화가 무너진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신입사원 채용과 정리해고를 담당하는 도미카와는 스펙만 있고 열정이 없다며 면접장에서 청년들을 꾸짖기도 하고, 회사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동료들을 정리 해고합니다. 그랬던 그가, 내가 내쳤던 상대의 입장에서 내가 했던 말을 듣고, 그렇게 자신을 어려워하던 협력업체에 이력서를 가지고 갔을 때에는 '대기업에 있을 때에나 당신이지, 지금은 필요 없다'는 매몰찬 이야기를 듣습니다.

큰 딸인 '시오리'는 수당도 못 받는 잔업에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 회식 자리를 강요하는 조직이 너무 싫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영업의 업무도 지속하기가 괴로워, '아버지가 대기업 다니니까 내가 일이 없어도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마음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옵니다. 좋아하는 패션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시오리는 패션회사 면접에서 무참히 까이는 경험들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막연한 환상으로 이 업계에 덤벼들었음을 인지합니다.

그동안의 교직생활 경력을 높이 사줄 것이라 생각했던 학원 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냉대를 당하는 엄마 '미즈키', 삼류대학이라 서류 통과 자체가 잘 안 되는 남동생 '히카루', 이 네 가족의 모습은 비단 일본만의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가족은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나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뒤죽박죽이고 거칠고 어설프기는 해도, 먼저 해볼 수 있는 것부터 작게 시작해 봅니다. 좋아하는 것을 밀고 나가보기도 하고, 민망하지만 인맥을 붙잡고 늘어져보기도 하고, 경력을 모두 버려보기도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먹고살기 위해 부딪혀 나가면서, 직장이 아니라 업으로서의 일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려갑니다. 흔히 말하는 '명함에서 회사 이름이 지워졌을 때,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나는 그 무엇에 어떤 가치를 담고 일하고 싶은가'를 그야말로 뼈저리게 고민하며 천천히 방향을 잡아갑니다. 

올 초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킨 이 드라마는 어느 때보다도 고용불안이 전세대를 덮치고 있는 지금, 언제라도 맞닥뜨릴 수 있는 이직, 실직, 취업의 상황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겠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냥 흥미진진하게만 보기에는 마음 어딘가가 울리는 이 드라마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일과의 어려운 장면은 누구나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일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에게 관리당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그럴 때 저는 어떤 에피소드로 전개해 나갈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니다. 그리고 그 맥락은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생애의 일을 설계하는, 워크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네 가족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두 '자신의 일'을 찾았을까요? 스포일러가 되므로 궁금하신 분은 메일 주시면 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같은 목적, 다른 방법, 여전히 미지인 미래라고 할까요?

해피엔딩으로 가는 방향을 아직 모르신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쓰는 내 이야기의 결말은 오직 나만 바꿀 수 있으니, 매일의 워크디자인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나가면 나와 닮은 일의 방향이 나올 테니까요.

오늘도 일의 어려운 장면에서 최선을 다해 워크디자인을 하고 계실 여러분을
뜨거운 마음으로 열렬히 응원하면서,


Be wodian,
Chihe

매거진의 이전글 워디랩스의 뜨거웠던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