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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Dec 14. 2017

One in a million

By wodian Jinnie 

오늘 여기저기서 소복히 내린 첫눈 소식을 전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비가 제법 자주 내리는 우기이지만, 여전히 30도의 기온을 오르내리는 싱가포르에서 듣는 눈 소식은 더 반갑고, 신기하기까지해요. 지난 워디레터에서 말씀드린것처럼 저는 다시 싱가포르에 돌아왔고, 첫눈 대신 창가에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보며 여러분께 워디레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염려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덕에 모든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일도 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작년 이맘때 한국에 돌아가서 살 집을 구하면서 ‘커리어테크’라는 주제로 워디레터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집을 알아보면서도 느꼈던 바가 있어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 보려고합니다.

싱가포르가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해도, 살 집을 찾으려고 생각하니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지도를 펼치고 아무곳이나 찍어서 갈 수도 없고 (그런데 얼마나 답답했던지, 사실 이 방법도 생각을 안해본게 아니라는..), 이 많은 집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볼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 나라가 이렇게 컸었나?’, ‘이렇게 인구가 많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역도 참 다양하고, 집도 정말 많더라고요. 한숨쉬며 지도만 바라본다고 누가 집을 가져다 주는것도 아니니, 자! 정신을 가다듬고! 필터링을 시작했습니다. 이 수많은 옵션들 중에 내것을 찾을 수 있도록 나름의 기준을 세워 그 선택지를 좁혀나갔지요.


‘서쪽과 중심가에서 가까운 곳에는 살아봤으니, 이번에는 동쪽에 한번 살아보면 좋겠다. 전에 살던곳은 야외에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했는데, 집 근처에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더 좋겠고. 위치는 좀 멀어져도 괜찮으니 조용한 주택가로 알아봐야지.’ 첫번째 기준에 의해서 큰 지역이 설정되었고, 집의 형태와 교통편, 예산 등의 기준을 더해서 다시 선택지를 더 좁혀나갔고, 기준에 맞춰 검색된 집들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집을 보니, 사진보다 더 나은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고. 주변에 공사를 하는 곳이 있어 시끄럽거나, 회사까지 교통편이 불편에 선택에서 제외된 곳들도 생겼어요. 짧은 시간안에 여러 집을 보다보니 저 집이나 이 집이나 똑같은것 같고.. 육체적인 피로와 시간의 압박이 저의 판단을  방해하기도 하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하며 아무 집이나 계약해버리는 무모함을 저지르기 전에, 매일 집을 보고오면 저의 기준대로 다시 선택지들을 추려내었습니다. ‘집 크기가 작은것은 괜찮지만, 뷰가 다 가려져있거나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집은 안돼. 가구가 다 갖춰져있을 필요는 없지만, 월세는 이 정도를 넘어서는 안되고. 정류장까지 걷는것은 괜찮지만 되도록이면 회사까지 바로 가는 교통편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3일동안 짧고 굵게(?) 집들을 둘러보고, ‘아 여기다!’하는 집을 만나서 다행히 원하는 날짜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벌써 집을 구했어?’하는 친구들 말을 듣고보니, 제가 원하는 바가 확실했던 것이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던것 같아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항과 협의가 가능한 것들, 또는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는 요소들이 명확했기때문에 선택지를 금방 좁혀나갈 수 있었고, 내것이 왔을때 알아볼 수 있었거든요.


여러분께 집구하며 생긴 무용담을 늘어 놓으려고 했던것은 아니고요

 이렇게 살 집을 고르면서, 결국 우리가 일을 선택할때나 또 더 나아가서는 함께 할 파트너를 생각할때도 같은 과정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회사와 포지션이 있을터인데, 그 중에 내것 딱 하나를 골라야하는 상황.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또 이것도 저것도 아쉬운 상황 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기회를 떠나보내지는 않았는지. 혹은 시간에 떠밀려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예요.

백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은 없다는걸 우리 모두 알고있잖아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절대 포기 못하는 가치, 어느정도 양보가 가능한 조건들, 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의 잣대가 아닌, 선택을 위한 여러분만의 필터 시스템을 갖고 계신가요? 아직 잘 모르시겠다면, 더 많은 정보와 상황에 여러분을 노출시키고 경험하세요. 내게 맞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은, (무모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경험하고 알아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수년간 여러집을 거치며 혼자 살아봤고, 또 싱가포르라는 지역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내것을 빨리, 잘 찾아낼 수 있었던것처럼요. 자꾸 보고 경험하면서 나를 알아가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보세요. 업무 환경이 중요한지, 내가 다루는 제품에 흥미가 있어야하는지, 혼자보다는 팀으로 일하는게 좋은지,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한지.. 나만의 선택 기준이 생기면, 이직을 해야할 시점도, 다음 커리어를 어디에서 시작해야할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것이고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나를 위한 one in a million을 찾을 수 있을거에요.

선택 후에는? 뒤돌아보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을 아껴줘야지요. 어차피 완벽한 결론은 없다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라 믿고 나를 기쁘게 해주는 포인트들을 충분히 즐기면서, 그래도 아쉬운 것들은 다음 선택을 위한 공부를 한번 더 했다고 생각하는거지요.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첫눈이 오는 날은 괜히 설레고 신나잖아요! (청소와 교통체증 문제따위는 잠시 잊고) 다들 소중한 사람들과 첫눈 오는 날의 기분을 만끽하고 계시길 바라요. 저도 제게 선택받은(?) home sweet home으로 돌아가 편안한 저녁을 보내겠습니다:)

Be Wodian,
Ji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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