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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Dec 14. 2017

그 꼬마의 정원엔 무슨 일이?

By Wodian Jasmine 

여기저기서 캐롤이 들려오는 12월이 되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시는 독자 분들은, 올해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혹시 ‘언제 한번 밥 한번 먹자!’ 라고만 말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고 같이 따뜻한 차를 한 잔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계실까요? 아니면 조용한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나몬이 톡톡 뿌려진 카푸치노 한잔과 함께 올해를 정리하는 노트를 쓰고 계실까요?

만약 제가 상상한 이 장면이 여러분의 이야기라면, 여러분은 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요즘에 너무나 하고 싶은 두가지가 바로, 만나고 싶었던 지인들과 차 (혹은 술) 한잔 하는 것과 방해 받지 않으며 올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거든요.

저의 현실은? 딱 반대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남편의 출장으로 2주간 집을 떠날 수 없는 조난자가 되어 새벽부터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부산하게 일어나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그림이 그려지시지요?) 앞서 상상해 본 여러분의 연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답니다.

얼마든지 시간을 재단해 친구를 맘껏 만나거나 엉덩이가 아플때 까지 카페에 앉아 있을 수는 없지만, 하루에 한시간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 최근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속을 돌아다니던 아이디어의 파편들을 모으는데 독서 만큼 좋은게 없기도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활자와 종이가 주는 안정감은 제게 큰 위안이 되었어요. 늘 무언가를 만들고 주고 다독여야 하는 엄마의 옷을 잠시 벗고, 맛있게 차려진 밥상을 받듯 책을 읽고나면.. 뭐랄까, 보약 먹듯 든든하달까요? 독서를 통해 정신적 숨쉬기를 다시 하는 중입니다.

그런 든든함을 가져다 준 책 중에 한권을 (아니 두권을) 오늘 소개해 볼까 합니다. 그 책은 바로 ‘리디아의 정원’ 이라는 그림책이랍니다.


<그림을 그린 작가와 글을 지은 작가는 부부예요.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혹은 그림책이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해요. 책을 직접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기에 자세한 책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쓰지는 않을게요. 그림책이라 휙휙 넘기면 책을 오분안에 후다닥 읽어낼 수 있지만, 이 주인공 리디아가 보여주는 삶과 일에 대한 태도는 많은 것을 오랫동안 곱씹어 보게 한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니, 사서 보시기 부담스러우시면 이번 주말 집 근처 도서관이라도 가서 꼭 읽어보세요!)

아이들을 위한 이 그림책의 주인공 리디아의 표상은, 아이러니 하게도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 작가님의 책 ‘나에게서 구하라’ 속의 ‘일의 강령’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과 나누고 픈 두번째 책이예요.

이 두 책은 서로 관련이 전혀 없는 책임에도, 두 작가가 담아내는 에센스는 아주 비슷합니다. 한 책은 재미가 전부인 아이들을 위한 책이고, 한 책은 밥벌이가 전부인 어른들을 위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소녀 그리고 일 속에 내가 없어서 정신적 불행을 겪고 있는 흔한 직장인. 이 책의 주인공 안에는 우리를 대변하는 두 얼굴이 기묘하게 다 들어 있습니다. 리디아의 정원의 이야기를 꼭 읽어보시기를 독려하는 마음에, 역으로 구 작가님의 책의 일부를 가져와 봅니다. 아래의 내용을 읽고 리디아의 정원을 다시 들여다 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제가 찾아낸 두 이야기의 닮은꼴이 여러분에게도 보이실런지 궁금합니다.

일에 대한 강령 7가지. (나에게서 구하라 p.122-123)

1. 의식적으로 문제 의식을 가져라. 문제 의식이 없으면 일은 단순 반복된다. 어제의 방식을 의심하라. 어제의 방식으로 오늘의 일을 처리하는 것을 퇴보라 생각하고 부끄러워 하라.

2. 실험하고 모색하라. 의도적으로 제기된 문제를 풀어라. 실패를 두려워하면 실험하기 어렵다. 실패는 아주 잘 배우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3.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하라. 모든 훌륭한 성취의 이면에 숨어있는 공통점이다. 인정과 격려를 받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외로운 일이 이루어져야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정말 큰 일이 성취된다.

4. 긍정적인 자긍심을 가져라. 남이 시키는 대로 하거나 하는 일에 대해 자신의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먼저 자신이 매일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언어로 규정해 보자.

5.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라. 이 세상에 평범한 직업은 없다. 평범한 방식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평범해 질 뿐이다. 전문가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차별성이다.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디서건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6.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해라. 시키는 일을 하며 품삯을 버는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경영자라고 생각하라. 그 순간 자신의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불안과 욕망이 머리를 치켜들 것이다.

7. 자신의 지적자산을 형성하라. 지식사회의 재산은 지식이다. 지식은 만들어져야 하고 저장되어야 하고 유통되어야 하며 활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블로그를 만들거나 카페를 만들어라. 그리고 매일 자신의 실험과 모색의 과정을 올려 회원들과 공유하도록 하라. 몇 년 내에 그곳에 있는 모든 지식의 소유자는 그대가 될 것이다.

위의 강령 7가지를 읽으며 리디아가 어떤 친구일지 혹시 상상이 되시나요? 어른들이 듣기에도 딱딱한 이 강령이 어떻게 책 표지의 주인공인 리디아에게서 발현 될 수 있었을까요? 그 꼬마의 정원에는 무슨일이 있었을까요?!

마크 트웨인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날은 우리가 태어난 날과 우리가 태어난 이유를 깨닫는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하다면, 그 꼬마 주인공 리디아는 위대하고 충만한 날들을 어쩜 매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그 꼬마가 만든 그 정원 처럼, 그 고사리 손으로 만져 가꾼 꽃 처럼 저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보았답니다.

나중에 제 아기에게 읽어주고 싶어 이 책을 샀는데, 제 딸도 저 처럼 이 책을 좋아해 줄까요? 저의 아이에게 부모로 태어난 날을 주었으니, 그 아이가 스스로 태어난 이유를 깨달을 수 있는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혹시 한 해 마무리 하시면서 읽고 계시는 좋은 책이 있으시다면, 저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아이를 돌보며 틈틈히 추천해 주신 책 읽어볼게요.

독자 여러분 모두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따뜻한 연말 연시 되시길 빕니다.
여러분의 정원의 꽃들도 화알짝 만개하길 응원하며..!

Be wodian,
Jas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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