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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Mar 08. 2018

어떻게 나를 지키며 일할 수 있을까?

By Wodian Grace 



어떻게 나를 지키며 일할 수 있을까?


교육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고객을 만나고 고객사의 니즈와 스타일을 최대한 맞추어 가며 ‘맞춤’ 해 나가야 하는 업무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워디랩스 고객사는 저희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며 서로를 존중하며 즐겁게 일하곤 하는데요.
 
그런데 아주 간혹 만나게 되는 쉽지 않은 고객들이 있는데, 우리 모두 이런 고객들을 진짜(J) 얼굴(S) 고객이라고 부르곤 하지요 ^^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빈도가 다를 뿐 만나지 않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찌했든 그동안 제가  만난 JS 고객들과 일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내가(또는 소속된 제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기준에 혼란을 주는 여러 가지 행동과 대화에서 소위 선을 넘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선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질 때 그동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 번째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그 프로젝트를 하지 않거나( 금전적인 손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고객을 연결시켜주거나 등등의 피하기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피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유는 대부분 현실적인 이유로 저희가 만나는 그 고객의 위치가 내 일에 경제적, 그리고 평판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상이기에 어떻게든 이끌고 가야만 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두 번째는 그냥 견딘다.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마음을 가다듬으며 ‘참아야지’를  주입시키고 간과 쓸개는 집에 두고 출근하겠다고 다잡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할 수 있다”와 “이건 아니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심리적 육체적 탈진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워디랩스 일을 하면서, 어느 날 문득 이 두 가지 모두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워크디자인을 연구하는 소명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상황을 다시 들여다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최초의 실험자와 수혜자를 저로 두고  '스스로를 지켜가며 일을 하는 방법' 을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실천해보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JS 라벨을 버리기


라벨을 붙임으로써, 내가 그 대상자를 오히려 너무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지 못하는 장면까지 상상하며 내가 경험한 일부가 그의 전부로 포장되어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보는데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이지요. 대상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라벨링을 하면 할수록, 작은 말과 행동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여 스스로 심리적인 에너지를 과하게 소모하곤 합니다. 이미 붙여진 

라벨은 최대한 떼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연습을 합니다.



2단계 – 분명히 말하기


내가 라벨을 버렸다고 해서, 그의 행동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를 앉혀놓고 동생처럼 훈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동안 제가 하지 않았던 것 중 잘못된 하나는, 이 정도로 돌려서 이야기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 표현으로 인해 더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이었지요. 또한 돌려 표현하며 이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알아봐 주지 않으면, 그것에 더욱 서운해하곤 했었지요. 



이제야 느낀 것이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돌려 이야기한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합

니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닙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의 수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일수록 분명하고 명확하게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3단계 –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계약서 100% 활용하기


일을 하다 보면 계약서는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서 내용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작성하여 업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는 비용뿐 아니라, 

어떠한 방법과 일정과 태도로 일해야 하는지

도 명시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일들이라면(이 경우가 더 비일비재하지요) 그런 경우는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문서상으로 남기는 것은 향 후 논쟁이 되거나 오해의 여지를 최대한 막아줍니다. 또한 서로가 좀 더 생각을 하고 신중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채널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나는 이메일을 하지만, 상대 고객이 그렇게 접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로 내용을 헷갈리게 표현 등등) 이 경우 

유선의 내용을 내가 다시 정리하여 유선으로 말씀하신 내용이 아래와 같았는데 잘 이해한 부분인지 확인

해달라는 메시지를 다시 전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당장은 귀찮을 수 있지만, 오해의 여지를 줄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4단계 – 정면으로 부딪히기


1,2,3단계를 충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장면에 직면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누구의 관점에서도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은 대상자를 만났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그/그녀는 절대로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입니다.  



수년 전 교육청과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입니다. 한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상식적으로 치를 떨게 할 정도로 일을 추진하시는 분이셨는데, 결국 이 분은 저의 증거 자료과 그 학교 선생님들과의 증언을 통해 교육청 차원의 중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와 일을 하기 전에도 거쳐간 수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언어폭력 및 상식적이지 않은 업무지시 등을 하셨고, 그분으로 인해 병가를 받은 선생님만 수 십 명이라고 하셨는데, 내부적으로는 증거 부족이었지만 외부 파트너였던 저의 증언은 확실한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교장선생님이 물러나신 후 그 학교 담당선생님이 별도로 연락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오래 하셨는데, 저의 용기로 학교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하니.. 그 일로 그저 넘어가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하거나, 참지 않고 때로는 정면 대응하며 혹시라도 나올 수 있는 피해자를 막아보는 것, 그것이 마지막 단계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결코 이 단계까지 오지 않기를.. ㅋ) 




# Me,Too 운동 보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사회는 비단 남, 여를 떠나 수많은 장면에서 힘의 균형에 따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며, 오늘도 꾹꾹 참아가며 견뎌내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자신을 지키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데 워디랩스가 도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먼저 실천해 볼게요. :) 



Be Wodian
Grace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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