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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Aug 22. 2018

비트겐슈타인에게 지혜를 얻다.

안녕하세요? 워디랩스 Grace입니다. 뜨겁고 핫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이제 태풍까지.. 내일 태풍이 강타한다는데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교육일을 하다 보면, 말을 하고 또 그 말을 담고 표현하는 것이 중한 역할과 또한 역량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저에겐 지침이 되어주고 인사이트를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니, 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괴롭힐 수 있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입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97년 넥스트가 잠시 해체된 후 신해철이 결성한 '비트겐슈타인'이라는 밴드 이름으로였습니다. 그 당시엔 철학자의 이름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지요. :)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철학이 ‘언어적 전환’을 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며, 모든 철학적 질문들이 언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생기는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했으며, 기존의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서음 없었습니다. 인간의 정신, 사회, 나아가 문명은 언어가 없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가장 극단에 이르기까지 사유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철학에 일도 모르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하고 현실적인 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그의 생각은 수많은 철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실 철학자로서 불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선대부터 대부호 집안의 아들이지만, 그 막대한 부를 누이와 형에게 모두 주고 정작 매우 단출하게 살았으며  항공학, 건축, 기계 등의 다방면의 재능이 많아 비행기 프로펠러를 제작하기도 하고, 집을 설계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의 못쓰는 물건들을 고쳐주기도 하는 등 기술로 도움이 되는 삶을  꽤 오랜 시간 살았습니다. 50세가 되어 철학으로 케임브리지 철학교수가 되어 직업 철학자?로 살다가 노년에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살다 갔다고 해요. 


생전에 간행된 그의 책은 <논리철학 논고> 뿐이지만, 사후에 그의 단상을 정리한 책 <철학적 소견들> <철학적 문법> <철학적 탐구> <심리철학적 소견들> <확실성에 관하여> 등이 나왔고 오늘은 그의 생각 중 제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제가 포스트잇에다가 적어놓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지침으로 삼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을 그를 대신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설명은 그가 강연에서 한 내용을 정리한 책과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보태어졌습니다) 


… 라면, …이었다면 이런 생각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이미 벌어진 사태에 ‘만일’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너무 많은 것이 고통과 불운과 비극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저 역시 내일 (태풍이 온다는) 해외 일정으로 비행기표를 미리 끊어두었는데, 슬슬 다가오는 태풍 경로를 보며 '하루 전날 끊었다면' '하루 뒷날 표를 끊었다면' 등의 만일을 생각하며 내가 운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모든 것이 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선생님의 이 문장에서 문득 각성하고, 마음 편히 내일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  


비유가 사고방식을 구속한다.

우리는 흔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사물에 빗대어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시간을 두고 ‘시간이 흘러간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가버린다’ ‘시간을 써버 린다’ ‘시간이 아깝다’ 등 강물이나 바람 또는 사물에 대해 하는 말을 간단히 시간에 적용시켜 시간이 그런 물질과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는 관념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비유적으로 생각하면, 시간은 어느새 일정의 사물이 되고 그 자세로 시간을 보는 다른 사고방식은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즉 비유를 A로 하는 순간 우리는 그 A에 속해서 사고하게 되지요.  


안다고 생각하면 진보란 없다.

우리는 너무 간단히 언어의 마술에 속습니다. 일례로 ‘안다’라는 말인데요. 안다는 말만으로 상대는 그 사정을 깡그리 이해했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깊이 탐구하지 않게 됩니다. '알아요..'라고 이야기하기 전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도대체 어디까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인지..  


쉬운 설명이란 자세한 설명이 아니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은 단순히 자세하고 세밀한 설명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상대가 이해했다고 여기도록 설명하는 것입니다.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진행하다 보면,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 드렸어야 하는데, 자세하고 길게 설명해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쉽게 설명하는 것의 핵심은 상대방에게 상황과 맥락을 조망시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문득 나의 구차한 설명이 더욱 이해를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지식이란 그저 믿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학습의 첫걸음은 먼저 들은 대로 믿는것습니다. 제 아이가 학습을 할 때 제가 들려준 책의 이야기로, 또 선생님이 말해주는 내용을 그대로 믿으며 학습이 시작됩니다. 우리 어른들도 대개 그런 식으로 이전부터 계속 믿고 있던 것을 알아가면서 지식이 쌓이는 것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나 책의 것을 믿는 것이지 진짜 지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말이 풍요로우면 그만큼 세계는 넓어진다.

수십 개의 말밖에 모르면 우리는 좁은 세계에서 동물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백 개의 말을 안다면 자신을 둘러싼 세계는 백만큼 넓어집니다. 얼마 전 넷플렉스의 '앤' 시리즈를 열심히 보며 작품의 배경인 프린스 애드워드 아일랜드의 찬란한 자연환경을 풍미하는데 앤의 수다스러운 말과 표현력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는데, 천 개의 말을 알면 세계는 천만큼 넓어집니다. 만 개의 말을 안다면 세계는 한층 광대해집니다. 따라서 자신이 이해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말이나 표현을 가능한 늘려본다면, 세계가 한층 넓어질 것입니다. 


짧은 문장이 간결한 문장은 아니다.

표현을 간결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가능한 말을 줄이고 문장을 짧게 다듬어 보려고 하지만, 단어 수를 물리적으로 짧게 줄여도 표현이 반드시 간결해지지는 않습니다. 문장은 타인이 읽는 것입니다. 간결한지 어떤지는 단순히 짧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짧은 문장을 읽기 쉽게 쓰는 것이 때때로 독자가 읽기 쉬운 문장이 되기도 합니다. 늘 글쓰기가 어려운 저에게, 간결함의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우린 또 좋은 말과 생각으로 일상을 누리며, 다음 주에 뵈어요!   



Be Wodian

Grace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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