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Choi Sep 12. 2018

음미하기 딱 좋은 날

By wodian Grace 


안녕하세요? 워디랩스 Grace입니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방 안으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과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방안 온도. 그리고 지난 주말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침대커버의 폭삭함이 어우러져서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내친김에 오늘은 재택근무를 선언하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한 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침대에 다시 들어가 커피와 노트북으로 업무를 챙겼습니다. 

사실 지난 몇 달간 저에게 이런 여유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뭔가가 늘 급하고, 뭔가를 더 더 더 해야 할 것 같고 잠시 쉬는 시간도 죄처럼 느껴지는 불편함으로 달렸던 터라 오늘 가을 아침을 즐기는 제가 오히려 낯설고 또 ‘일탈’하는 것 같은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의 폴더를 정리하며, 이것저것 버리기도 하고 다시 열어보기도 하던 중 7년 전 제가 교재로 만든 한 파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수 교재_음미하기]라고 붙여진 파일명을 보고, 내가 이런 것도 했었나 하고 열어봤는데 그 당시 긍정심리학을 주제로 S대 센터와 교과서 개발, 교사 연수, 교사용 워크북 및 참고도서 제작 등의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아직 제 컴퓨터에 몇 개가 남아있더라고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리고 스스로 자랑스러울 만큼 제가 음미와 관련된 연구논문과 정리를 아주 잘 해 두었더라고요. 안타까운 건 그 좋은 내용이 그저 자료로 컴퓨터 어디선가 7년간 존재했을 뿐.. 제 삶에 그다지 가까이 적용되지 못했지만요. 

음미하다 - Savoring이라고 칭하는 이 단어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로욜라 대학의 Fred B. Bryant 교수는(평생 음미를 연구한 학자입니다) “음미하기(savoring)”는 과거, 현재, 미래의 긍정적인 경험들 (즐겁고, 행복하고, 신나는 등의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에 참여함으로써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더 향상하고, 유지하는 활동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음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의도적으로 긍정 정서를 유지하는’ 이 됩니다. 가령 내가 맛있는 커피를 먹고 있다고 인지 되었을 때 맛있네? 하고 후루룩 넘기는 것이 아니라, 맛에서 느껴지는 신맛 쓴맛 단맛의 미각도 느껴보려 하고, 온도도 느끼고, 커피의 향에서 아프리카의 흙냄새가 느껴지지는 않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커피가 내 손까지 오게 된 여정을 상상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단 2~3분의 시간이라도 충분히 그 좋음을 만끽하려고 의도적으로 취하려 하느냐와 그렇지 않느냐는 같은 사물을 두고도 삶의 ‘질’의 차이를 만드는 지혜로운 삶의 행동 덕목이기도 하지요. 


음미하기를 하기 위해선 3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한데요. 

멀리 시드니에서 루나를 키우며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실 Jasmine대표님께 음미의 세 가지 요소로 응원을 드리자면, ^^ 

Here & Now 현재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 모두가 음미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시드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여유로운 풍경, 그리고 지금 이 시점이 아니면 결코 돌아오지 않는 루나의 예쁜 모습. 음미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을 나열할 때 그 재료가 무궁무진해집니다. 즉 현재, 오늘,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채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Purposeful 또한 루나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 이겠지만 (그 시기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아이들의 아픔은 부모에게는 배로 힘든 일이거든요) 예쁜 시기는 절대로 절대로 돌아올 수 없기에 지금의 루나와 함께하는 이 시간을 오롯이 즐겨야겠다는 아주 강력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는 자연스럽게 음미를 잘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여기를 또 언제 오겠나? 이 공간을 언제 또다시 오겠나? 하는 생각 때문인데 이는 일상을 살아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또 언제 이 날이 올까요? 또 언제 이 사람과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같은 상황의 연출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그냥 지나는 것들이 천지니.. 순간을 만끽해야 합니다. 


Senses 마지막으로 우리의 오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감은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느끼는 것, 냄새 맡는 것 즉 인간이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신체의 영역인데 음미를 위해서 오감을 총동원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 아이의 알 수 없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시간이 지나니, 제 아이가 1살 때 옹알거렸던 그 목소리가 전혀 기억에 나지 않네요), 아이의 몸에서 나는 아기 냄새 등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그것을 경험하고 즐기는 노력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잔소리를 하는 저는요? 안타깝게도, 저는 아이를 키울 때 음미하지 못했습니다. 일이 너무 바빴고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는 날이 너무 많았습니다. 아이가 자고 있으면 고맙고, 깨 있으면 예뻤지만 너무 괴로워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그때를 떠올리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예뻤던 그 아이의 성장의 순간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너무나 크고 미안합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위로해 보지만, 돌아보면 아쉬움이 큰 시간입니다. 몰랐으면 모르지만,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저에게 주어진 삶을 최대한 만끽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난 초여름부터 워크 디자인 'PlanB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워크 디자인' 콘텐츠를 살아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가기 위한 실험을 스스로 해 보는 과정입니다. 이는 늘 실험을 강조하는 '워크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위해 의당 도전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며, 또한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교육경험을 얻고자 하는 분들께 실로 도움되는 생각의 도구를 선물하고자 하는 콘텐츠 개발자로서의 열정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여러 번 바꾸었다가 오늘 명명합니다. 

Grace 's PlanB Project 'The Savory' by Work Design  


제가 PlanB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선보일 서비스의 본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삶을 음미’ 할 수 있는 도구를 선물하는 것이더라고요.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아직 감은 못 잡으시겠지요? ㅋㅋ 프로젝트가 좀 더 진화되면 제가 경험한 4S (Seed-Soil-Sprout-Stem)의 여정을 공개하겠습니다. 생고생 스토리와 함께요. 

참.. PlanB를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그 여정을 함께 돕기 위한 워디스쿨의 PlanB 프로젝트(10월부터 토요일에 만나는 과정) 도 개설했습니다. 용기, 아이디어 그리고 함께 할 파트너가 필요한 분들께 2018년이 가기 전 도전의 플랫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일상을 만끽하시길..


Be Wodian

Grace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비트겐슈타인에게 지혜를 얻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