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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Dec 19. 2018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By Wodian Grace Choi 

오랜만에 강남의 한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카페 자리가 다닥 붙어있던 터라, 듣고 싶지 않았지만 제 옆자리의 사람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렸고  

혼자 일을 하다가도 옆 사람들의 이야기에 피씩 웃기도 하고 같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네요.

옆자리의 첫 번째 팀은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와 고객사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광고회사 대표의 화술은 대단했습니다. 처음 만남에서, 자신이 네 아이의 아빠라며 친근감과 절심함?을 확실히 표현하고 상대 고객의 말투를 캐치해서 동향 사람임을 눈치채고 동질감을 높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느 학교 나왔냐? 가 나왔고,  상대가 나온 학교를 듣곤 아! 거긴 우리 아버지가 나온 학교라며 교가를 부르는데, 정말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로 넉살이 대단했지요. 그리고는 연타로, 명함으로 상대방의 이름을 확인한 후 자신이 처음 사업을 했을 때 모회사 부장님이 첫 수주를 해 주신 은인이었는데 그분과 이름이 같다며 정말 은인이었다며 감성 폭발 스토리텔링을 이어나갔습니다. 


상대 고객사도 싫지 않은 눈치였는지, 호응해 주며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지요. 업무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올라가서 이야기 나눌까요? 라며 이동했는데 정말이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팀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 잔 하러 나온 남자 동료였습니다. 이 둘은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상형이 누구냐는 상대의 말에 상대적으로 젊은 친구가 저는 ‘무조건 돈이 많은 여자’라고 당당하게 말하더라고요. 상대방이 왜 돈 많은 여자야?라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평생 돈 없어서 고생하며 살았고 아버지가 부도나서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돈만 벌었는데 결혼은 정말 부유한 여자와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돈 없는 여자와는 아무리 절세미인이라도 절대로, 기필코 결혼할 수 없다는군요.


저뿐 아니라, 근처에 앉은 사람이 모두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이야기했던 터에 다들 도대체 누구야? 하는 얼굴로 그를 힐끔 쳐다보기도 하더라고요.


이 친구는 엄청나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기 이야기만 크게 하고는 상대방이 업무 이야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할 때는 좀처럼 호응도 하지 않고 자신의 핸드폰만 보는 거예요. 상대방이 멋쩍어하는 게 저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불편함이 느껴졌어요. 


속으로 참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점점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옆자리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드라마와 시트콤을 보는 것보다 재미있었거든요.


이들이 떠난 후, 어떤 팀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해하던 차에 50대 남자 두 분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분명 은퇴한 것 같은데, 말끔하게 차려입으시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더군요. 별로 친해 보이지 않는 그들은 정말 별 말을 하지 않고 힘없이 커피만 마시고 이동하더군요.



제가 그 자리에 약 2시간 정도 머물 컸던 것 같은데 참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짧은 시간 만난 누군가를 저돌적인 사람,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사람, 맥 빠진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올 한 해 나를 스친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이야기해 줄까?

또 더 멀리 가서, 내가 세상에 없는 시간..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애써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제오늘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 일로 만난 사람들, 교육생으로 만나 생각을 나누었던 분, 동네 이웃들, 가까운 동료, 그리고 가족...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질문해보니,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다시 조망하게 됩니다.

내가 보여 준 행동에 무례함이나 실수는 없었는지.. 생각할수록 민망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의식하며 삶을 살아가기 어렵고,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게 사는 것이 개인의 행복지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를 경험한 사람이 불편한 감정과 불쾌감을 가진다면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요? 


짧은 순간의 상대에서 받는 느낌은 그 사람이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태도와 그 사람의 역사를 느끼게 하는 단서가 되니까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가?" 그리고 이 질문으로 이번 주에는 조용히 나를 위한 편지도 써볼까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데 2주도 채 남지 않았네요. 

올 한 해 경험한 크고 작은 경험에서 의미를 찾고, 다가오는 2019년을 따뜻하게 맞이하시길 응원드립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담아


Be Wodian

Grace Choi드림 




Happy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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