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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Jan 03. 2017

나는 네가 지난 직장에서 한 일을 알고있다!

work designer_ jinnie 

지난주에 이전 회사 팀원인 J의 레퍼런스 체크(평판조회)를 해 줄 일이 있었어요. J가 사전에 레퍼런스 체크 부탁하면서 본인에 대해 느낀대로 편하게 얘기하달라고 하길래, “그래? 자신있나보지? 나중에 나 원망하지마라!”하면서 레퍼리(referee)를 응해주었지요. (훗. 얘가 아직 나를 모르는군!)


어떤 회사의 무슨 포지션에 지원했는지, 채용은 지금 어느 단계인지, 누가 전화를 줄 것인지 등 J에게 사전에 정보를 받고 약속된 시간에 전화 준 회사 관계자들의 레퍼런스 체크에 성심껏 응했습니다.


J의 경우처럼 지원자에게 레프리를 받아서 평판조회를 하는 경우에는, 언제 같이 일했었는지, 지원자의 강점이나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지원자가 특정 업무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지, 지원한 이 포지션에 지원자가 적합하다 생각하는지.. 등을 레퍼리에게 묻습니다.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을 앞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지만, 아니 ‘도움이 되어야하므로’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답변했습니다. 제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일은 없는 동료였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었지만, 내 주관적인 판단만 가지고 지원자에게 불리할수도 있는 피드백을 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겠지요.


반대로 레퍼리의 대답이 너무 심하게 편향되어 있고 공정하지 못하다 판단되면 회사에서 다른 레퍼리를 요청하거나, 심한 경우 오픈타입에서 블라인드 타입 (지원자에게 레퍼리를 받지 않고 무작위로 이전 회사의 동료 및 인사팀에 연락하는 경우)으로 바꾸어 진행하기도 하니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무튼 리쿠르터 출신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비장합니다..) 레퍼런스 체크에 성실해 응해드렸지요. 인터뷰 마지막에 “J를 다시 채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했더니 인사담당자가 흠칫 놀라면서 되묻더라구요. 질문을 잘 못 들은줄 알았나봐요. “이제 내가 J를 채용하기에는 저 친구가 너무 성장한것 같은데요. 연봉이 너무 높아서 영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하지만 같이 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으신다면, 네, 언제든지 J와 다시 일하고싶어요. 함께 일하면서 정말 즐거웠고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훌륭한 팀메이트였거든요.” 그제서야 농담인걸 알아챈 인사 담당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종종 이렇게 회사 동료들의 레퍼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저 역시 이직할때 레퍼리가 되주십사 부탁을 했던적도 있었지요. 이력서나 인터뷰에서 제공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지원자가 포지션에 적합한지 최종 확인차 레퍼런스 체크를 하게 되는데요. 싱가포르에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입사 전에 레퍼런스 체크를 하고 있어서, 지원자들은 채용전 당연히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준비를 합니다. 한국도 종전에는 임원급 채용에서만 레퍼런스 체크를 해오다가 지금은 많은 회사에서 사원급 채용에도 레퍼런스 체크를 하고 있고요. 레퍼런스 체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도, 전문성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평판조회의 절차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지원자들도 많고, 레퍼리를 제공하는 것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채 이전 동료나 상사의 이름, 연락처를 형식적으로 써놓는 경우도 많이 보았는데요. 이력서에 있는 레퍼리에게는 헤드헌터든 회사의 인사팀이든, 회사에서 고용한 평판조회 전문 업체든 평판조회를 목적으로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레퍼리의 연락처 기입이 필수가 아닌 지원서라면 ‘요청에 의해 제공할 수 있음’ 정도로 갈음하시고, 필수인 경우에는 단순히 기입만 할지라도 레퍼리의 사전 동의를 꼭 구하셔야합니다. 회사와 포지션, 연락처를 모두 공개해야하는 문제이기도하고, 나의 레퍼리 역할을 해줄 의향이 있는지도 먼저 물어야겠지요.


특히 면접이 진행되고 회사의 인사팀에서 실제 연락이 가기 전에는 레퍼리에게 연락하셔서 어느 회사의 무슨 포지션에 지원을 했고, 채용은 어느 정도 지원이 되었으며, 누가 연락을 줄 것인지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것이 좋습니다. 레퍼리도 준비가 필요하며, 레퍼리의 상황을 고려하여 인터뷰 일정을 잡는것도 중요하거든요. 나의 이직을 위해 시간을 내주어야하는 상대에게 최소한의 예의로 해야하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하시는것이 맞을것 같습니다. 또 레퍼리 역시 지원자의 이직 계획을 함부로 이야기하고 다닌다던가, 인터뷰에서 주관적인 의견에 치우쳐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없어야겠지요. 참고로, 현재 회사에 이직 의사를 알릴수는 없으므로 보통 현재 회사의 동료나 상사를 레퍼리로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 점은 양해를 해주는데, 간혹 현재 회사의 레퍼런스 체크를 새 회사의 입사 후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긴합니다.


남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문제인데 평판조회에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레퍼런스 체크가 좋지 않아 채용이 되지 않거나 입사가 취소되는 경우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블라인드 타입의 레퍼런스 체크에서 왕왕 이런 일이 발생되고 (무작위로 이전 회사의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므로), 또 지원자가 제공한 레퍼리로부터 받은 평판조회가 형편없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입사 취소되고, 레퍼리와 사이 틀어지고, 마음 상하고.. 일 다 벌어지고 나서 지나 온 인생 후회해봐야 뭐가 남겠습니까? 또 평판조회 잘받겠다고 따로 뭘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회사 다니시는 동안 성실하게 일하며, 동료들과도 큰 탈 없이 지내는게 최선책 이겠지요. 무엇보다 퇴사하실때 인수인계 끝까지 잘하고 나오시는것도 평판조회에 영향을 미칠수 있으니, 박수받으며 나오지는 못해도 뒤에서 나쁜소리들을 일이 없도록 업무 마무리하고 깔끔하게 퇴사처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레퍼런스 체크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으니, 그 문화에도 적응하시고 필요한 매너들도 챙겨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제 할일 다해주었으니, J의 성공적인 이직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뭐 꼭 그가 저녁 쏜다고해서 그런건 아니구요.. 흠흠. 우리 착하게 살아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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