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Choi Feb 06. 2020

밀도 있는 삶을 위하여

By Wodian Grace 

지난겨울 시어머니와 짬을 내어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내 나이가 육십이 넘고 나니 특별히 바쁜 일도 없고, 나를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시간은 오늘도 이리 흘러는 가는데, 가는 시간이 아깝지만 바둥거리고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쭈욱 지내다 곧 할망구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시리구나. 뭐라도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다 죽어야 할 텐데… ”


하고 한동안 말씀을 멈추시더라고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인지 느껴지니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인간의 생애주기를 보았을 때, 20~40대는 한창 바쁘고 시간을 담보 삼아 밥벌이를 하고 그래서 늘 시간에 쫓기듯 지내지만 그 시기가 지나버리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즉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삶과, 경제활동이 없는 삶에서 느껴지는 시간에 대한 몰입감과 심리적 충만함에 사실은 꽤 큰 갭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저희 아버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고속승진으로 올라갔다가, 40대 후반에 고속으로 명예퇴직을 하셨습니다. 너무 빨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이후 이런저런 일을 시도했지만 매번 잘 되지 않았고 곧  암에 걸리고 치료를 받는데 십수 년을 고생하셨지요. 돌이켜보면, 그 시기 일을 잃었던 슬픔은 생각보다 커서, 꽤 건강했던 그의 몸을 병들게 했을  정도로 우울하고 무기력해졌던 것이었지요.

죽음을 이겨낸 그가 이윽고 찾아낸 것은 경제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일거리’라도 어떻게든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수험생처럼 영어를 공부하고, 딱히 필요도 없지만 중국어와 일본어를 습득하기도 했지요. 불경과 성경책을 심지어 주역까지 여러 번 독파했으며,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예전에 하던 일의 전문성을 살려 각종 무료 상담을 해 주기도 했지요. 


결국은 그 ‘일’들이 그를 다시 살렸습니다. 


일의 정의를 다양하게 하지만 일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다년간 운영한 사람으로서 제가 정의 내려보자면 결국 ‘자신의 존재를 세상과 연결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재화를 획득할 수도 있고, 심리적 만족감과 일상의 규칙을 만들 수도 있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영위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몰입을 연구하는 학자 중 가장 저명한 사람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일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언제 몰입하고, 왜 몰입하는지에 대한 과정과 몰입의 의미에 대해 평생 연구했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를 짧은 식견으로 감히 정리해보자면, 몰입에 다다르는 ‘일’을 하는 자가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인데요. 


그의 연구와 위의 제 가족들의 이야기를 버무려 본다면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전제조건은 일인데 그 일이 몰입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몰입감을 주는 일이란 과연 무엇이고, 과연 그 몰입은 일상을 바삐 살아가는 우리들이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경험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주 워디 레터 몰입의 기술 두 번째 이야기에서 또 나누어 볼게요. 



P.S 건강 잘 챙기고, 계시지요?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세상의 소리에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한 필터를 장착하여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안녕하시길, 늘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