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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저장소 Dec 16. 2020

16. 내가 가해자라고? [억울함]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나는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해 면담실로 끌려갔다.

내가 가해자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가해자가 됐다.

체육시간에 앉아있던 어떤 애의 뺨을 누군가가 때리고 도망갔었다. 운이 안 좋았던 나는 뺨 맞은 친구의 바로 뒤에 있었다. 친구들 축구 경기하는 것을 보고 있어서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아있던 애가 나에게 성질을 내면서 신고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나는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말했고, 말할수록 그 친구는 내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듯 바로 신고해버렸다. 그는 학교폭력위원회 담당 선생님께 바로 찾아갔다. 학폭위에 신고가 들어가면 심각하면 빨간 줄까지 그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게 빨간 줄까지 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신고가 들어가게 되어 당장 부모님부터 불려 올 판이었다.

얼마 뒤바로 호출되어 교무실에 있는 학폭 면담 실로 불려 갔고, 심문? 이 시작됐다. 불려 가는 길에 교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무슨 일인지 묻자 학폭위 선생님이 내가 친구를 때렸다고 말했다. 너무 억울해서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선생님들은 내 말을 무시하며 아주 그냥 따끔하게 혼 좀 나봐야 된다며 나보고 징계감이라고 하셨다.

담당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기 전에 화부터 내고 나서 말할 기회를 주셨다. 어렸던지라 살면서 이렇게 억울했던 적도 처음이었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는지도 몰랐다. 나는 계속 ‘저는 안 했어요. 진짜 몰라요..’ 이 말밖에 못 했다. 이런 내 말을 들은 선생님은 “얘는 이랬다잖아. 거짓말 치지 말고 똑바로 말 안 해?”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내 말은 단 한마디도 믿지 않고 이미 날 가해자로 밀고 나가셨다. 한참을 그곳에 있다가 이 소식을 들은 담임선생님이 나를 꺼내 주셔서 그제야 그곳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나를 오랫동안 봐온 담임선생님은 내가 가만히 있는 애 뺨을 때릴 정도로 한심한 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 뒤로의 일은 다행히도 담임선생님이 깔끔하게 해결해 주시고 나의 오해도 풀어주셨다.

그 당시 반장을 하며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있었지만, 누군가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나는 반장에서 학교폭력 가해자까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더 무서운 것은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였기에 담임선생님의 재량으로 잘 마무리되었지만, 이와 같은 일이 또 언제 어디서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회로 나가면 이보다도 훨씬 억울한 상황에 닥칠 때도 있을 것이고, 이때의 일처럼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망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평소에 가만히 있는 친구들 뺨을 때리고 도망 다니며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애였더라면 담임선생님도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이놈 잘 걸렸다 라는 생각으로 가차 없이 학폭으로 징계를 내렸을 것이다. 내 말을 믿기는커녕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림이 뻔히 보이니깐.

하지만 나는 평소에 반장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하며 담임선생님을 돕고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랬기에 나의 모습을 잘 모르는 선생님들이 나를 가해자라고 낙인 하는 동안에 유일하게 나를 믿어주시고 도와주신 것이었다. 그리하여 모든 오해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이처럼 평소의 행동과 태도가 쌓여 나의 이미지를 형성시켜주었고, 그 모습이 내가 억울한 상황에 빠져 도움이 필요했을 때 큰 도움이 되어줬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이 이미지가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은, 이렇게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잘 가꾼다면 분명 내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절실한 도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행실을 바르게 하고 산다면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고, 도움이 되면 됐지 나를 불리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역이용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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