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정저장소 Dec 27. 2020

27. 자전거 도둑 [일상]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중학생 때 자전거를 도둑맞았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선처는 없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찾고 다녔다. 한 달이 지나고, 자전거를 동네에서 찾았다. 도둑맞은 게 아니라 내가 그곳에 세워놓고 까먹은 것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자전거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한 달 동안 자전거를 세워놓은 것을 까먹었다니..

그로부터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분명 집 앞에다 세워놨다고 생각한 자전거가 사라졌었다. 이번만큼은 진짜로 도둑맞은 게 확실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분과 함께 동네방네 cctv를 다 돌려보며 자전거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중고나라 앱들을 죄다 깔아서 실시간으로 내 자전거가 올라오는지 찾아봤다.

며칠 후, 자전거를 발견했다. 중학생 때 잃어버린 장소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이었다. cctv에 찍힌 범인을 확인해 봤다. 영상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내가 거기 세워놓고 또 까먹은 것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도둑맞았다는 것을 확신한 것일까. 경찰서에 찾아가서 신고했을 정도이니..

자전거가 항상 있던 자리에 없자, 나는 도둑맞았다는 의심이 들었고, 생각을 깊게 할수록 그 의심은 믿음으로 변했다. 믿음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의 생각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나의 확신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나의 믿음이 확신이 되자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한 번쯤은 나의 생각에 대해 의심을 해봤더라면 이렇게까지 에너지 낭비를 안 했을 텐데.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난 분명히 확신이 드는데, 그 확신은 틀렸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에 한 번쯤은 의심을 해봄으로써 더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만들자.

근데 나는 기억력이 문제인 것 같기도..

작가의 이전글 25. 뒤돌아보니 정말 사소한 일이었네. [기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