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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저장소 Dec 28. 2020

28. 내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 [성공]

나는 그들보다 더 성공해야 한다.

내가 무서워하는 사람의 부류 중 하나는, 공부를 잘하고 노는 것도 잘하는데 그것을 스스로가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자만심에 사로잡혀 안하무인이 되기 때문이다.


*안하무인: 눈 아래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긴다는 뜻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멘토 멘티 활동이 있었다. 심화반 친구들이 멘토가 되어 쉬는 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성적이 조금 뒤처지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활동이었다. 취지는 굉장히 좋았다. 도와주는 멘토 친구들은 생기부에 이 활동을 적을 수 있었고, 도움을 받는 멘티 친구들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걸 이용하는 친구가 있었다. 멘토가 되어 멘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줘야 하지만, 멘티 친구들에게 단순히 영어 단어만 외워오라고 시켰다. 활동 때는 영단어를 물어보고 틀리면 틀린 문제당 천 원씩 벌금을 받아 갔다. 문제는 벌금이 모이면 같이 뭐라도 사 먹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돈이 다 그 멘토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활동은 끝났다. 그 친구는 몇 달을 계속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생기부에 적을 스펙을 가져감과 동시에 돈까지 챙겼다. 공부를 도와준다는 목적으로 이뤄진 활동이었기에 멘티 친구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매번 틀린 문제 수만큼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돈을 부족해하는 친구의 돈까지도 가져갔다. 멘토가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고 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다 보니 이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론도 해피엔딩은 아니다. 선생님들은 끝까지 아무것도 몰랐고, 돈은 모두 그 친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나는 그가 이렇게 얍삽하게 지내다간 분명 벌 받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대학도 잘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현실이 억울했다. 잘나고 교만한 사람이 잘 풀린다는 것이. 물론 그도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 결과를 얻은 것이었겠지만, 그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난 성적이 나오니까 멘토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삥을 뜯었다. 그는 익을수록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냉정하게 그가 나보다 더 잘 살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정말 못하는 게 없었고, 나와의 격차도 너무나 컸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성공하여 내 위에 있다면, 나는 그들의 안하무인에 꼼짝없이 당할 것 같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보다 더 성공해야 했다.

그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서, 그때까지도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모른다면, 내가 직접 익은 벼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 것이다.

내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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