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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저장소 Dec 31. 2020

31. 돈거래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억울함]

계좌이체 최고

분명 책값을 선생님께 현금으로 드렸는데, 선생님이 전혀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하셨다.

이 상황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 학원 선생님이 책값을 내라고 하셨고, 나는 엄마로부터 현금을 받아 선생님께 드렸다. 그때 친구도 나랑 같은 날 현금으로 책값을 냈다. 선생님은 바쁘셔서 그런지 돈을 받고 바로 주머니에 넣으셨다. 아무런 체크도 안 하시길래 뭔가 선생님이 먹튀 하면 옴짝달싹 못하고 당해버리겠구만 하고 혼자 잠깐 생각했었는데 그때 했던 작고 하찮은 생각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참고로 우리 둘을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모두 계좌이체를 했고, 그들에게는 돈을 안 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현금으로 낸 나와 친구에게만 돈을 내라고 했다. 계좌이체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돈을 냈어야 했는데...

결국 친구는 책값을 또 냈다.

어리석은 자식. 끝까지 싸워나갔어야지..

그 친구는 자신이 돈을 냈다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 선생님이 돈을 안 받았다고 확신하고 계시니까 괜히 계속 냈다고 말하면 상황이 좀 더티하게 흘러가고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얼굴을 붉히게 될까 봐 그냥 낸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선생님께 책값을 냈다고 설명하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그럼 이번 문제집은 제가 사주는 걸로 할게요’라는 말을 하셨다. 멍청하게도 나는 사준다는 말을 듣고 좋은 건 줄 알고 감사하다고 했다가, 선생님이 감사해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돈내산이었잖아. 이거 내가 돈 냈는데 안 낸 거로 인정한다는 꼴 아닌가.

선생님이 돈을 받은 걸 알면서도 안 받았다고 하실 분은 아니시긴 했다. 악의 없이 선생님은 돈 받은 것을 까먹으신 것 같았다. 억울하긴 한데 선생님이 돈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까불까불 하던 중학생이었던지라 내 말이 설득력도 없었다. 더 이상 얘기했다간 상황도 구질구질하게 끝날 것 같아서 더 이상 말은 못 했다.

아우 그때 감사하단 말이라도 하지 말걸.


돈거래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때 이후로 엄카를 통해 계좌이체를 하는 방법을 많이 쓰긴 한다. 이제는 친구들이랑 밥 먹고 N빵 할 때도 무조건 계좌이체로 돈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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