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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저장소 Jan 21. 2021

51.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일상]

미래의 나도 그 정도는 감당 가능할 테니까

“너 내일 시험 아니야? 게임하고 있어도 돼?”

“아 몰라~그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기숙사 생활 때 내 룸메가 한 말 중 최고의 띵언이었다.

나는 항상 ‘미래의 나’의 모습이 불안정할까 두려워 ‘현재의 나’를 희생했다. 이러다 보니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땐, 그다음 미래를 위해 그 순간을 못 누리고 또 현재를 희생했다.

결국 나에게 현재란 미래를 보조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고, 이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됐다.

이랬던 나에게, “그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말은 이런 뫼비우스의 띠를 잘라낼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현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

물론 너무 미래에 맡겼다간,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를 원망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그 고리에서 빠져나와야 나에게 현재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결국엔 나 잘 되자고 하는 건데 그 잘 되는 모습을 못 누리면 말짱 도루묵이지 않나.

그렇다고 대책 없이 살진 않을 것이지만, 앞으로는 나의 미래를 모두 책임져야겠다며 현재의 내 어깨를 짓누르지 말아야겠다. 미래의 나도 그 정도는 감당 가능할 테니까.

그래. 가끔 미래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지금은 지금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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