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이 되기 위해
내가 만약에 차은우로 태어났다면, 내 인생은 아마도 노잼이었을 것이다. 천재적인 얼굴, 춤, 노래, 연기, 피지컬... 모든 것을 다 갖추고 태어났으니 더 이상 가져야 할 게 없을 테니까..라고 눈물을 머금고 오늘도 자기 합리화를 한다.
지금 내 인생은 노잼까진 아니다. 갖춘 것이 별로 없기에 그런 것들을 쟁취해나가는 맛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성적표를 통해 나의 무식함이 수치로 증명되었다면, 그 무식을 유식함으로 채워나간다. 나의 폰이 내 얼굴을 보고 얼굴인식을 못 하면, 조금이라도 얼굴을 더 사람답게 가꾼다.
나는 결함이 많은 사람이다. 결함이 많은 반면 가진 건 적다. 가진 게 적다 보니 갖기 위해 이리 뛰고, 결함을 메꾸기 위해 저리 뛴다.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아직 모난 돌이지만, 내게 이끼 낄 일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난 돌일지라도,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져 나가 모난 곳 하나 없는 조약돌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도 계속 구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