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협업은 당연히 쉽지 않다
갈수록 쉽지 않다. 호기롭게 이번 달 안으로 웹사이트 제작을 외쳤건만, 언덕 하나 넘었더니 더 높은 언덕이 도사리고 있다. “개발자한테 맡기고 편하게 내 할 일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내 타깃은 웹사이트 리뉴얼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지야 설마 없겠어, 하면서 사이트 틀만 잘 짜여지면 그 다음은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더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그 첫 관문은 사이트에 넣을 이미지였다.
아래 사진은 저번에 웹사이트 제작에 대해 조언을 주셨던 지인의 사이트다. 딱 봐도 신뢰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는 사이트 개발을 열심히 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냥 사진 자체를 잘 찍어야 한다. 반면, 우리 사이트에는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가 전혀 없다. 지금 한국 사이트로 사용하고 있는 페이지는 진짜 구리다.
모델을 기용한 사진도, 제품의 컨셉 사진도 없다.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정 사진도 있어야 한다. 잘 진행하다가 급하게 정지했던 게 여기서였다. 틀을 잘 만들면 뭐해. 그 안에 넣을 이미지가 없는데. 이것만이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기존에 있는 제품 사진만으로는 도저히 고퀄 이미지를 뽑아낼 수 없다. 방법은 새로 찍는 건데, 비용부터 해서 포토그래퍼, 모델까지 고용하려면 엄청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시 못할 비용이 나간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제 숨고를 통해 견적을 쫙 받았다. 많은 포토그래퍼에게서 연락이 왔다. 견적 비용 범위를 보니, 다행히 엄청나게 많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최종 결정권은 나한테 있다고 생각했다. 사이트 제작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이미지 촬영까지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장 내부 사진도 촬영해야 되고, 그러다 보면 회사 스케쥴도 맞춰야 한다. 심지어 나는 떨어져 있으니 제대로 봐줄 수도 없다. (아마 결정이 나면 휴가를 쓰고 내려가야 할듯) 그 와중에 사이트 제작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부터 찍어야 한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설득이 안된다. 제품 사진은 다 있는데 왜 찍나, 우리 제품 쓰고 있는 프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등 이야기가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도 속이 터져 언성을 높였다. 홧김에 그만 도울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그래서는 안된다. 여기서 설득을 잘 해내야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해진다.
언제나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다. 심지어 최종 결정권이 나한테 있는 창업 역시도 마찬가지다. 참고 이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