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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니다. 파트너다.

함께 하려면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by woony

“까똑!”


오늘은 어떻게 일을 진척시켜야 하나, 하루종일 머리를 부여잡았던 오늘이었다. 결국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획서를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 이거 만들다가 한달 다 가겠네, 하며 한숨쉬며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아버지에게서 카톡이 왔다.


????
뭐야..내가 원하던 거잖아?


그토록 바라던, 우리 회사 스토리 작성에 필요한 사진이었다. 어디서 갑자기 사진이 났지? 하고서 당장 전화했다. 알고 보니, 평소 카탈로그용 제품 사진을 맡기던 사진가에게 부탁해 찍은 사진이었다. 엊그제, 새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설득할 때 아버지께서 맡기겠다고 한 사진가였다. 카탈로그라면 잘 알고 있다. 형형색색에, 글자로 빼곡한 카탈로그를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져 그 사진가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이 사진을 받고 보니 사진가가 잘못이 아니었다. 우리가 드러내고자 하는 명확한 컨셉을 전달해줘야 그에 맞는 사진이 나오는 것인데 그동안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있었음을 짐작했다.


새삼, 아버지께서 내 말을 듣고 사진을 찍어 주신 게 정말 감사했다. 엊그제 사진을 새로 찍어야 한다며 나눴던 전화는 근거 있게 설득하기는 커녕 못난 아들이 징징대는 꼴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생각해주셨다니. 나 역시도 크게 반성했다. 남을 설득할 때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마음을 돌린다. 아버지라고 대충 얘기 해보고서 뜻대로 안된다고 속을 끓이는 건 정말 못난 짓이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합리적으로 근거를 대야 한다. 우리는 이제 파트너니까.


다시 마음이 불타올랐다.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 준명님께서는 얼추 웹사이트가 완성이 되고 있었다. 나 역시 속도를 높여야 할 때다. 카페 24 디자인센터에 들어가 스킨을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스킨 자체는 사실 시간을 크게 들여서 좋을 게 없다. 어차피 내용물이 중요하고 스킨은 그걸 담을 그릇에 불과하다. 디자인센터에 올라와 있는 베스트 항목 중에서 빠르게 스캔한 뒤, 내가 짠 스토리보드에 가장 적합한 스킨을 골랐다.


(좌) 스킨 (우) 스토리보드

머릿속에 그리던 레이아웃과 가장 비슷하면서, 다양한 페이지 형식을 갖고 있는 스킨으로 최종선정했다. 맘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구매하고 싶었지만, 명심하자. 스킨은 틀일 뿐이다. 속에 채울 내용물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틀부터 사버리면 틀을 내용물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용물이 틀에 맞춰지게 된다. 아예 사진과 글까지 들어가 있는 스토리보드를 완성해야 한다. 카페24에서 스킨을 사더라도,이 스킨을 만든 개발자에게 연락해 협업하며 진행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


앞서 이야기했듯, 개발자와 기획자가 소통하려면 말로는 명확한 의미 전달이 어렵다. 시각화를 위해 스토리보드부터 만들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액션 아이템 및 플랜을 짰다.


1) 랜딩페이지용 이미지 제작


랜딩이미지는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첫 화면을 의미한다. 웹사이트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랜딩이미지 스토리보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맨 위에 있는 메인 이미지다. 첫 번째 칸에는 제품이 돋보이는 사진 한 장과 우리 브랜드의 키워드인 장인정신을 담을 아버지 사진 한 장, 이렇게 두 장을 배치할 계획이다. 그 다음으로는 기술소개로 넘어가며, 우리 제품과 골프공이 놓여있는 사진을 촬영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제품 사진이 쫘르륵 나오는 식인데 제품 사진은 이미 있으니 패스.


따라서 랜딩이미지에 필요한 사진은 3.


2)사업소개 및 기술소개용 상세이미지 제작


사업 소개 및 기술 소개에는 사진 / 글을 지그재그 식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아래는 샘플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인데, 내가 그리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여기에 넣을 각각의 사진과 그에 맞는 글을 작성해야 한다.





사업소개용 사진은 총 3장으로, 우리 사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사진 2장과 아버지가 제품을 제작하는 사진 1장을 배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미지 제작 업체에 맡겨야 할 사진은 아버지 사진을 제외한 총 2장.


마찬가지로 기술소개 역시 사진이 필요하다. 3장의 사진과 각각을 소개하는 글을 넣을 건데, 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을 해야된다. 이 부분에서는 활용해야 할 콘텐츠가 이미 충분하니 그 중에서 선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할 듯하다. 아마 선정하면 편집을 어느 정도 해야할테니 그걸 감안해서 적어도 2장은 작업하지 않을까.


, 사업소개 기술소개에서 맡겨야 사진은 4.


3)사업소개 및 기술소개 콘텐츠 작성


다음은 글이다. Why - How - What으로 우리 제품이 제안하는 바를 깔끔하게 다듬어야 한다. 짧고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는 카피와 글을 작성해보자.


4) 제품 구매


사이트에서 제품 구매가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상세페이지까지 제작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단은 제품 이미지만 병렬적으로 배치해놓자. 제품 사진은 이미 갖고 있으니 이 부분에서는 작업이 크게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정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이트 개발자와 협업을 시도해볼 수 있다. 카페24에서 제공하는 스킨은 내가 직접 만지려면 리소스가 많이 들기 때문에 어딜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개발자에게 정확히 전달해줘야 한다. 이제 다음 방향도 잘 짰다.


남은 건 10일, 늘 얘기하지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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