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냉정하게 분석해보자

by woony

왜 창업을 하고 싶은지 그 이유가 명확해졌다. 하지만 창업 역시 수단일 뿐이다. 주체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는 극한의 환경설정이다보니 목적에 더 가까운 수단인 것이지 창업이라는 자체에 꼭 목맬 필요는 없다. 엄청 험난한 길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지옥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괜히 창업가들이 창업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게 아니다.


힘듦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미션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수 있을까? 나를 먼저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가능성, 예컨대 취업 혹은 2세 경영 등 다양한 옵션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타인에게 공헌하기 위한 선택지가 꼭 창업만은 아니니까.


이렇게 따지면 창업이라는 선택지는 맨 끝에 놓일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그 모든 객관적인 지표와 남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면 가는 거다. 반대로 스스로 설득하지 못하면 더 끌리는 선택지를 택해야 할테다. 그 역시 내 선택이다.


이번 한달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두고 남을 위해 살겠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고민할 것이다. 크게 3가지의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1. 창업: 팀빌딩 비즈니스 or 창업 팀 합류


현재 운영하고 있는 창업 커뮤니티는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팀빌딩 플랫폼의 MVP에 해당한다. 창업 초기, 특히 팀빌딩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실험하고 싶은 가설이 있었다.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좋은 동료와 적절한 환경설정이 있다면 이를 밀어붙일 수 있지 않을까? 엔젤을 비롯해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까지도 창업의 초기 단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팀이 얼마나 잘 갖춰져있는가를 보지만 그 초기 팀을 구상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창업안전망을 형성하고 싶다. 창업가는 태어난다는 말에는 고정형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이걸 깨부수고 싶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그 과정을 반추하며 성장한다면 모두가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를 팀빌딩 비즈니스로 실현하고 싶다.


하지만 잘 안될 수 있다. 얼마든지. 이 경우에는 같은, 혹은 비슷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다른 창업 팀에 합류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 계속 말하지만 꼭 내가 창업가가 될 필요는 없다. 주체적으로 살고 남을 위해 공헌한다면 직장인으로도 얼마든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수단에 목매다 매몰될 필요는 없다. 가능성은 활짝 열어두자.


다른 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사업 개발, 기획, 마케팅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2. 2세 경영


정말 감사한 일이다. 사업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 덕분에 2세 경영이라는 선택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는 건. 아버지께서는 골프 퍼터 브랜드인 제임스 밀러를 창업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계신다. 그간 수없이 테스트를 거쳐 생산한 제품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성능부터 디자인까지, 칭찬이 가득하지만 아직 갈 길은 한참 멀었다. 이제까지는 프로덕트에만 전념했다면 앞으로는 브랜딩, 마케팅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사업은 좋은 상품을 잘 파는 데 있다. 암만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잘 팔지 못하면 의미를 널리 알릴 수 없다. 잘 파는 데 관심이 많다 보니 이를 배우면서 돕고 싶었다. 올 2월부터 조금씩 돕기 시작해 홈페이지 제작 및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했다. 앞으로 브랜드를 명확히 소구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 아마 앞으로도 밖에서는 구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까지는 일부러 멀리했던 선택지였다. 스스로 일으켜보고 싶었다. 더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아버지 사업이 꽤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던 점 역시 멀리하게 된 요인이기도 했다. “잘못 들어갔다가 끝난다면, 이제 막 시작한 내 인생은 어떡하지?” 솔직히 걱정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믿음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었더라. 아버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개월 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관심을 가지니 예전과는 다른 게 보였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서 만족한다는 피드백을 받는게 보였다. 그러다 보니 왜 좋은지를 찾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림이 그려졌다. 좋은 제품을 바탕으로 스케일업하는 경험을 여기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3. 취업


계속 얘기하지만 사업이 정답은 아니다. 취업으로도 얼마든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꼭 자아실현 관점에서만이 아니다. 위의 1, 2에서 가능성이 정말 보이지 않는다면 혹은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면 취업하는 게 맞을 수 있다. 당장은 생존을 위해서고 나아가 준비를 위해서다.


원래 공대를 오고 싶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끝판왕인 대학원까지 오긴 했지만 기술 자체보다는 이 기술로 어떻게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할 지에 더 관심이 많다. 물론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다루는 경력이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엔지니어로 취업하는 것 역시 고려하고 있다.


모든 선택지 중에 객관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열린 길은 대기업 취업이다. 적어도 내가 속해있는 분야에서는 경쟁력 있는 스펙을 가지고 있다. 그걸 굳이굳이 버리고 1번과 2번으로 가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다. 말했지만 생존에 위협이 걸릴 정도라면 주저없이 3번을 골라야 한다. 창업병 걸려서 현실 분간 못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것도 없다.




각 선택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봤다. 사업 얘기만 한다고 이외의 가능성을 차단해둘 생각은 없다. 적어도 선택하기 전까지는 각각의 옵션을 면밀히 고려하자. 차단은 선택하고 나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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