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시간 되나?
이제는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아빠와의 통화가, 아빠와의 커피 한 잔이.
작년만 해도 쉽지 않았다. 아빠에게 일이 있어도 직접 통화하기보다는 엄마에게 전화해 전해달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경직된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늘 대화가 같은 이야기의 반복인 게 컸다. “공부 열심히 해라”, “좋은 직장에 가라” 등의 상투적인 말들. 그 말 때문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직장에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했다.
지금 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거였다. 불편하다며,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라며 먼저 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그걸 깨닫게 된 건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부터였다. 당신의 영역에 들어서고 보니 아버지는 꽉 막힌 외통수가 아니었다. 고집이 있으셨지만 내 얘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셨다. 중요한 일이 생기면 먼저 전화해 의논을 청하셨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소통을 하지 않는 게 아니었구나. 단지 서로 수단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오늘도 아버지는 먼저 전화를 주신다. 의논할 일에 대해 30여 분간 통화를 하고서 끊었다. 늘 사업 얘기지만 오히려 일로 마주하는 덕분에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 분명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아버지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다. 순간순간에는 어려움이 많기도 하다. 아버지를 설득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게 디폴트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우리 부자가 얼마나 소통을 잘하고 있나 생각하게 됐다. 지금처럼 사업을 헤쳐 나가는 길목마다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동료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