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구실 후배가 질문을 했다. “이 책이 저희 분야랑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는 않은데, 그래도 공부하면 좋을까요?” 좋지 당연히. 그런데 이렇게 하는 건 나랑 맞지 않는 방법이다. 이론부터 배우면 지친다. 일단 실험이든 뭐든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부터 한다. 하다보면 부족한 게 보인다. 데이터를 뽑아도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모른다. 놓친 건 없는지 긴가민가하다. 그러면 그제서야 책을 펼쳐든다. 실천을 기반으로 움직이면 훨씬 빠르게 배운다.
그러면 느낀다. 같은 책인데 아무 경험 없이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이 다르다. 그러려니 하며 읽던 한 문장 한 문장이 지금은 넘어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글자로 읽히던 게 지금은 그 속에 어떤 경험이 있었을지가 그려진다. 그 문장을 읽는 내 경험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그로스 해킹>을 다시 펼쳐들었다. 처음에는 그로스 해커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다. 책으로부터 인풋을 뽑아먹겠다는 게 주요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간만에 다시 책을 펼쳐드니 다른 게 보인다. 이제껏 시도했던 결과물이 글에서 보여진다. 저자가 경험했던 일들에서 그간 했던 시도를 대입하게 된다. ‘광고를 이렇게 집행하는 건 좋지 않았구나.’ ‘이건 이렇게도 다시 해볼 수 있겠다.’
단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고 그로스해킹이 아니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빠르게 성장할지 이리저리 모색하는 게 본질 (Growth hacking)이고 데이터는 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잘 다룰지”라는 색안경을 꼈다. 그런 상태에서 책을 보니 방법론을 배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실제로 광고를 집행해보면 그게 다가 아님을 깨닫는다. 어떻게 하면 제한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그러면서 어떻게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너무 멀리 보지 말자. 뒤도 돌아보지 말자. 어디를 가고 싶고 그러기 위해 당장 한 걸음을 어떻게 뗄 지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