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능력을 기르기 위한 계획

by woony

문제를 해결하는 힘. 내가 대학원에서 얻고자 했던 결과물은 문제해결능력이었다.

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나? 그게 가장 재밌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이를 풀어나가는 그 과정이 내게 희열을 느끼게 했다. 그 문제가 크면 클수록 힘들었지만 풀어낼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너무 광범위하다.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뚜렷하게 설정해야 한다.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 달라진다.

예컨대 내가 속한 공학이라는 전공을 보자. 학위는 누군가의 지도 없이도 혼자서 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해내는 일종의 자격증과 같다. 아무리 학위가 유명무실하다지만 석박사 과정이 괜히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다. 독자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한 훈련의 기간은 길다. 그 문제가 요구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떤 문제냐에 따라 학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생각해보자. 회사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이익 창출이다. 엄밀히 말하면 “고객이 지닌 문제를 해결해” 돈을 번다. 만약 박사들만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모든 사업가들은 학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학위 없이도 사업을 일궈내는 창업가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앞으로 어떤 문제를 풀고 싶냐로 귀결된다. 나는 사람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는 문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싶다. 배터리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나는 건 꽤나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나는 배터리 수명을 두 배로 늘리는 것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기회를 포착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사람들의 동선이 달라지고 생활 양식이 달라지는 지점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소재 분야는 이와는 방향이 다르다. 문제의 성향을 보면 1)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는 곳에서 2) 오랜 기간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 대다수다. 요즘같이 다학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에 특정 분야가 독단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잘 없긴 하다. 그럼에도 재료공학은 기초과학적인 성향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에 혼자 무엇을 해결하기 힘들다. 항상 어딘가에 속해 있어야 하지,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발굴해 일궈내기가 정말 힘들다.

그렇다. 앞으로 풀고 싶은 문제와 지금 풀고 있는 문제는 그 성향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어느 분야를 가든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상해야 한다. 그 힘을 기르는 건 지금 속해있는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석사 학위를 받기로 결심했다.

남은 1년 동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서 신소재와 결별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대학원에 오면서 설정했던 목표를 다시 상기해본다. 저널에 페이퍼 투고. 서브밋은 내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투고까지는 해보고 졸업하자. 졸업논문은 개발새발로도 쓸 수 있지만 저널 투고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동안 멍하니 학교를 다녔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에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계획을 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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