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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May 27. 2020

원하는 것은 반드시 쟁취하는 사람

"저는 재운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이든 대학원이든, 원하는 것은 항상 쟁취하시잖아요. 아, 저 사람은 자기가 목표로 하는 건 확실히 해내는 사람이구나, 하는 믿음이 있어요."


오늘 간만에 연님과 통화하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동안 간절히 원하는 게 없어서였나 싶을 정도로 까먹고 있던 모습이었다.


원하는 건 반드시 가져야만 직성이 풀렸다. 군대에서 디자인 공부를 할 때부터 그랬다. 공부해야 하는데 책이 없어 부대에서 편도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학교 도서관을 외출 기회를 얻을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녀왔다. 한 번에 10권씩, 검은 배낭을 가득 채워 돌아오는 길이면 마음이 뿌듯했다. 매일 연등하고서는 밤까지 그림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졸라맨도 못 그리던 애가 1년 만에 디자인 실기고사를 합격했다.


어디든 좋으니 인턴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게 3학년 1학기였다. 아예 쌩뚱맞은 디자인 스튜디오에 무작정 인턴 지원 메일을 넣고 대표 인스타로 DM을 몇 번이나 날리는 등 미친 짓을 했다. 2학기 때는 전부 4학년 이상이던 취준생들 사이에 홀로 껴서 취업캠프에 참가했다. 그 해 겨울, 결국 반도체 회사 인턴에 합격했다.


늘 그랬다.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합법적인 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도해 결국 쟁취해냈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다는 일념으로 1주 차부터 도서관에 앉던 나였다. 강의노트는 기본이요 주교재에 부교재까지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공부를 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효율만 따지면 극악이다. 하지만 그 덕에 원하는 결과를 얻고서 조기졸업까지 했다.


대학원도 그렇게 가져온 결과였다. 처음 카이스트에 컨택했을 때만 해도 "그 정도 성적으로 우리 학교는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라는 답변을 학과장한테 직접 들었다. 멘탈이 나가는 건 물론이요, 포기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원하는 걸 반드시 가져야만 했다. 남들은 4월 즈음부터 시작하는 컨택을 2월 말,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시작했다. 면접부터 서류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준비한 게 없는 건 물론이요, 학과 모든 교수의 연구 분야를 조사하고 연구실 내 정보를 엑셀에 정리해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는 곳을 점수화했다.


결과는 합격. 그것도 높은 순위로 합격해 국비 장학생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구구절절히 적는 이유는 달리 없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그 다음 스텝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저때만큼 간절히 원하는 게 있던가. 지금은 갸우뚱하다. 있었다면 이미 이러고 있지 않았겠지. 어떻게든 발품을 팔아 준비했을 텐데. 차라리 취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러지 않을텐데, 오히려 취업을 안하겠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붕 뜨는 것 같다. 내 다음 커리어는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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