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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Aug 17. 2019

음식 가격의 3분의 1을 팁으로 냈다

사업일기 #3 - 경험을 가치로 치환하는 방법

오늘 다녀왔던 피자집에서의 일이다.

음식 가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팁으로 내고 왔다. 그것도 자발적으로.(이렇게 쓰니 꽤나 큰 금액 같지만 사실 음식 가격이 그리 비싸진 않았다.)

아마 주인이었던 것 같다. 처음 맞이해주는 순간부터 짓는,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웃음이 참 인상적이었다. 만약 저게 가식으로라면, 참 많은 훈련을 했겠구나 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자꾸 눈에 밟혔다.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서도 늘 고객들과 눈을 맞추려 애쓰는게 느껴졌다. 콜라를 따주면서, 피자를 내주면서, 오일을 가져다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절정은, 나이프를 에코백에 떨어뜨렸을 때였다. 애써 티슈로 닦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물로 적신 스펀지를 가져다줬다. 그 순간 결심했다.


이건 팁 각이다.


여기서 느낀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

1. 생각 외로 미소의 힘이 강력하다.

자신이 웃을 때는 잘 모른다. 그걸 상대방을 통해 확인하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 사람에게 머무르는 시선의 길이가 나도 모르게 늘어난다. 거기에 행동이 더해지니, 그 사람 하나로 내가 이 가게에서 매우 인정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었다. 가게가 예뻐서도 아니었다.


2. 감사의 표시는 제대로 하자.

이는 순전히 나를 위해서이다. 사실 그 종업원에게 팁을 줘야 할 이유는 없다. 그냥 "땡큐"하고 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경험을 오롯이 누리기에는 한 마디로 부족하다. 그녀는 주문하지 않은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했고, 머무르는 동안 꽤나 큰 기쁨을 선사했다. 그에 대한 팁을 냄으로써 그 기억은 자산으로 남는다. 경험에 돈을 쓰는 건 여운이 크게 남는다. 오늘 산 기념품의 가격은 가물가물하지만 2달 전 10만원어치 강의에서 배운 수업은 내 행동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는 나에게 주는 각인이기도 하다. 이런 행동을 하면 지갑이 스스로 열린다는 걸 돈을 지불하면서 되뇌이게 한다. 배움에 대한 값어치를 치르는 셈이다.

믿음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내가 주는 팁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해낼 것이다. 종업원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보상을 받았고, 이는 그 행동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혹시 모른다. 그 자그마한 가게가 내후년에는 양옆의 건물을 다 사들이고 훨씬 커질지도. 거기서 오는 고용창출은 또 어떤가. 그게 팁에서 생겨났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난 오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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