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표를 보니 논문계획서를 제출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라,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반틈이 지나갔다.
대학생이 벌을 받아 가는 곳이 대학원이라지만 그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처음에 석사 시작할 때만 해도 박사는 견뎌내야 할 시간의 길이만 보고서 엄두도 못냈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 한달, 1년이 가버리면 정신 차리고 보니 졸업해있겠다 싶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쓸쓸히 떠나게 되는 곳이 이곳 대학원이다. 사실상 떠나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붙잡힌 채로 있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천벌행일지도.
다음 스텝이 무엇이 됐건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소명을 다할 테니까. 지금은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하련다. 남은 1년, 또 한 번 후딱 지나갈 이 시간은 절대 돌아어지 않는다. 후회없이 연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