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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Sep 13. 2019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있다

나의 옳음을 내려놓기

작년, 대학교 3학년일 때였다. 인턴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가 있었다. 방학 동안, 무급으로도 좋으니 그 회사에서 정말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집 공고가 올라오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제안서와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만들어서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결과가 어땠을까?


답장이 오지 않았다. 메일을 제대로 읽지 못했나 싶어 다시 보냈다.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분명히 두 번의 메일 모두 읽었다고 수신 확인을 했음에도 연락은 없었다.​​​ ​​

​‘떨어졌구나​.’
​​
​하지만 열심히 준비했으니, 피드백이라도 받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달라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래도 답변을 받지 못하자, 회사 대표의 개인 인스타 계정까지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 여전히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해답은 이 이야기에 있었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바로 조삼모사 우화이다.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 아침이나 저녁이나 전체는 같은데, 당장 이익에 급급한 원숭이가 어리석다는 뜻으로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우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원작을 다시 보자.  

​​옛날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몹시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돈이 없어 하루에 도토리를 7개밖에 못 주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잘 때는 배부르게 먹고 자는 게 좋다고 생각한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원숭이는? 빼액! 싫다고 얘기한다. 그러자 주인은 관점을 바꾼다. 자기는 저녁에 배부르게 먹고 자는게 좋다고 생각헀지만, 옳다고 생각했던 답을 내려놓고 새롭게 제안한다.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원숭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답을 제시한다.

처음의 생각은 주인의 관점이었지, 원숭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심지어 우리가 ‘총합은 같으니 그것도 모르는 원숭이가 어리석다’는 그 생각조차 원숭이의 처지에서는 틀린 답이었다. 그래서 주인은 자기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고, 원숭이의 관점을 받아들여 자신과 원숭이 사이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리석음이나 잔꾀가 아닌, 상대방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소통이다.

​나는 준비된 인재라고 생각했다. 공고문이 뜨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제안서를 건네는, 실행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누구보다 그 회사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누구보다 그 회사의 인재상과 겹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며 무엇이 진짜 옳은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답변을 받지 못한 게 실력이 없어서인지, 그러면 실력을 어떻게 키워야 그 사람이 같이 일하고 싶어할 지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나를 내려놓지 않았다.

‘네가 틀렸지만, 널 따르겠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뿐이다." 결국 상대방의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려놓아야 한다. 설령 내가 진짜 옳더라도,​ 나의 옳음을 내려놓는 것.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나를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바로 공부다.​​​ 조금 알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내가 옳다고 여기는 단계다. 그 임계점을 넘는 순간,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게 된다. 공부하면 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나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 소통은 그때야 비로소 이뤄진다.

도끼를 제대로 찍지 않는다면 열 번, 아니 백 번을 찍어도 나무는 넘어가지 않는다. 아니, 내가 들고 있는 도끼 자체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는 지금까지 만나온, 그리고 앞으로 관계를 맺어나갈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우리의 옳음을 내려놓자.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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