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우리가 소개팅을 받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무엇부터 해야 할까? 사진부터 봐야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사람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사진을 보여줄 수가 없다고 했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눈을 감고 얼굴을 만지도록 해주겠다는 요상한 제안이다.(그냥 넘어가자..) 우리는 어떻게 이 사람이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파악해야 할까?
우리는 비교적 한정된 시간 내에 이 사람이 내 스타일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하루종일 얼굴만 만지작 할 수는 없잖나. 어떻게 할까? 그냥 만져볼까? 그 이전에 판단할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가령 A는 코가 높은 사람이 잘생긴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손가락을 펴서 이마부터 시작해서 코를 한번 쓰윽, 훑어볼 것이다. 그러면 코가 얼마나 높은지를 파악해볼 수 있다. 혹은 턱선이 날렵한 사람이 잘생겼다, 라고 생각한다면 손가락으로 턱을 훑어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감사하게도 눈을 뜨고서 살고 있지만 이처럼 눈을 감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우리의 뇌 구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빠르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자동 시스템과 복잡하고 디테일한 결정을 내리는 숙고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데 쓰는 시스템은 숙고 시스템이지만, 이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우리 뇌는 그래서 최대한 자동 시스템을 사용해 결정하기를 선호한다. 문제는 이 자동 시스템의 사고 방식에는 체계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예시를 하나 볼까? 아래 사진에 두 탁자가 있다.
어떤 게 더 길어 보이나?모두가 왼쪽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두 탁자의 길이는 같다. 우리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다. 이건 아인슈타인도 똑같이 틀리는 우리 뇌의 인지적 한계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향은 비단 여기서 끝나지 않고 우리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상대방의 얼굴을 파악하는 손가락은 바로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힘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