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날.
예전부터 글은 친숙한 존재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감만큼은 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 수많은 글쓰기 대회, 고등학생 때의 기자 생활, 학부 시절 인턴의 기회를 가져다 준 자기소개서까지. 글은 늘 함께 했고 수많은 기회를 창출했다.
하지만 지난 한달은 그러한 믿음이 철저히 자만이었음을 반성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매일이라는 단위에서는 내가 벗겨질 수밖에 없다. 글 잘쓴다는 내가, 영감 가득하다고 믿는 내가,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내가 24시간이라는 하루의 허들 앞에서는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날에는 누군가에게 지적받는, 저런 날에는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다른 날에는 결국 글을 써내지 못하는 자신과 마주할 때도 있었다. 한달은 적나라한 나를 마주하는 충분한 기간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 모습 마저도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생겼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형편없다 생각한 글이 다른 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영감을 줬다.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연결이 일어났고 전혀 다른 기회가 창발했다. 지난 한달간 함께 한, 이를 통해 새로 만난 사람들의 스펙트럼을 생각해봤다. “이전에 내가 만날 수 있던 사람들이었나?” 사업가부터 직장인, 학생 등 수없이 다양한 직업, 20대부터 40대까지의 다양한 나이. 이들이 한달쓰기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각자의 꿈을 얘기한다. 함께하는 사람들도, 새로 만난 사람들도. 글로 많은 덕을 봐왔지만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한달쓰기는 단순히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자기계발의 과정이 아니다. 멤버들 간의 단단한 결속, 여기서 발생한 신뢰를 레버리지 삼아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기까지의 적응 기간, 한달.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세상에 나를 드러낼 수 있다. 거기서 지지자를 얻고, 꿈을 함께 할 동행자를 구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모두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이곳이다.
파일럿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곧 2기를 모집할 계획이다. 1기 내부에서 사전신청을 받았는데, 이정도로 리텐션이 높은 서비스는 토스 이외에 경험해본 적이 없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나를 발견하고, 나를 알아가고 싶다.
다음 한 달은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