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매거진 Day4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전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질문을 보자마자 바로 번뜩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꿈은 컸지만 모호했던 어렸을 적의 생각을 단 한방에 정리해준 글이었으니까. 지금에 이르기까지, 알게 모르게 항상 나침반이 되어준 글이니까.
중학교 1학년 즈음이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작가 중 한 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개미>와 같은 대표작을 비롯해 <나무>같은 단편소설까지 히트작이 많았지만 유난히 잘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 <타나토노트>, 인위적으로 코마 상태에 빠져듦으로써 사후세계를 탐험하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이지만, 굉장히 디테일한 설명과 흡인력 있는 전개, 무엇보다 사후세계라는 심오한 영역을 다루다 보니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는, 사람이 죽고 나면 그에게 그동안의 삶의 행적을 놓고서 점수를 매긴다. 통과하면 더 높은 세계를 향해 올라간다. 떨어지면, 다시 돌아간다. 기억을 잃은 채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 책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이 세상은 나를 테스트하는, 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RPG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고민했다. 이 게임이 성공적인 엔딩으로 귀결되려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그때부터 선한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디테일이 없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기엔 내공이 부족했다. 고민만 할뿐이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와 재수학원를 거쳐 대학교 신입생이 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어렸을 적의 생각도 희미해졌다. 정작 대학에 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무렵, 우연히 인터넷에서 위의 글귀를 발견했다. 미국의 초절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에 관한 격언이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것.
꽤나 충격이 컸다. 그리고 다시금 고민했다. 저 글대로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기준이 정해지니 행동이 옮겨졌다. 신입생이 끝난 그 해 겨울, 입대하기 전까지 6개월 간 스타트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했다. 셀럽과 함께 기부 캠페인을 기획하고 금액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의,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곳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깊은 경험을 한다.
수백 번의 전화 끝에 직접 섭외한 박태환 선수. 그와 함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후원하는 수영 꿈나무 아동들을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그리고 고객들의 모금으로 약 8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직접 금액을 낸 것도, 내가 스타인 것도 아니지만 내 손을 거쳐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 걸 경험해본 첫 사례였다. 이후부터 직접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때 맺어진 인연으로, 적은 돈이지만 매달 어린이재단에 기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 한 사업가 분께서 주신 가르침이 있다. 그 분에게는 어떤 질문을 해도 답이 굉장히 빠르게 나온다. 그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여쭤보니 "기준이 명확해서"라고 대답했다. 이제는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지난 날, 이리저리 방황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행동을 항상 저 글귀를 기준으로 삼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가치관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