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매거진 day17
"최우수상은...6조입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심장이 저릿하다. 15분 동안의 발표를 오롯이 해내기까지 겪었던 3달 간의 여정. 누구는 그거 그냥 학교에서 하는 산학 프로젝트 아니냐며, 그게 뭐 별거냐고 핀잔 줄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살면서 많은 문제를 풀어왔다. 작게는 일상 생활에서부터 시작해, 그것이 수학 문제였을 수도 있다. 혹은 인생의 방향이 걸려 풀지도 못하고 낑낑댔을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문제를 풀어낸다는 건 언제나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왜 그 문제를 풀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그냥 가진 지식으로 풀어내고 그것이 답과 맞으면 좋았을 뿐이다. 심지어 답마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있는 길을 잘 따라가냐 그러지 못하냐의 차이였다.
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철소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슈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냥 재밌어보여서,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참여했지만 딱히 나서지도 않았다. 늘 맡으려 하던 발표 역할도 시큰둥했다. 프로젝트 중간 즈음이었던 여름방학에는 여행을 길게 다녀오느라 팔로업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발표까지 3주나 남았을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진행하던 과정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다. 그때서야 갑자기 눈이 떠졌다. 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껏 문제를 풀고, 답지와 비교하던 루틴과 달랐다. 답지가 없다니.
답이 없는 문제를 푼다는 건, 설득의 영역이었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서 합리적인 추론을 해내면 그게 답이었다. 그때부터 집중도가 달라졌다.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끊임없이 논문을 뒤졌다. 실패라고 생각했던 실험에서 귀중한 데이터를 찾아냈다.
발표하던 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적어도 그 문제만큼은, 나보다 더 고민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에서 나오는 발표는 약을 팔기에 충분한 논리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성과는 최우수상이 아니었다. 답이 없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법을 생각하며 이에 대해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고민하는 경험, 이를 답으로 만들어내는 설득력, 그 과정에서 얻은 자기효능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