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매거진 day14
가장 비싼 물건이라면, 최근에 산 아이패드 프로다. 이후로 내 어깨가 활력을 되찾았다. 생산성이 확연히 달라진 것 역시도. 처음 태블릿을 사용하던 건작년 1학기였다. 그 당시에 썼던 건 갤럭시탭 A6였다. '필기감이 별로진 않을까..?', '막상 사놓고 잘 안쓰지 않을까...?' 하던 불안감과 달리 태블릿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몇백장이 넘는 강의노트를 들고 다니는 게 늘 스트레스였는데 거기서 해방되다니. 정작 그 태블릿은 내 인턴 자소서와 맞바꿔야 했지만(자소서 쓰러 태블릿을 도서관 자리에 놔두고 급하게 나갔다가 돌아오니 도난당했다..).
그 이후로 약 1년이 지났다. 태블릿이 엄청 편하다는 건 이미 몸으로 겪었기에, 그 전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힘들었다. 이왕 살 거, 전에 쓰던 30만원짜리보다 훨씬 좋은 걸 오래 쓰고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지른 게 아이패드 프로 3세대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용도가 다양했다. 펜을 쓰는 일도 많지만 그보다 타자 칠 일이 훨씬 많아졌다. 특히나 매일 글을 쓰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뿐만이 아니다. 얘로 책도 읽고, 원격 제어로 성능 최고의 연구실 컴퓨터를 끌어다 쓰기까지 한다. 조만간 영상 편집까지 할 걸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다. 태블릿이 없던 때로 돌아가는 건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가장 소중한 물건이냐 하면 그건 딱히 아니다. 24시간을 붙어다니는 아이패드와 달리 잘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이따금 차더라도 불편함에 도로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선물받은 시계가 그것이다.
근데 왜 소중하냐고? 인생의 가르침을 선물과 함께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시간이라는 걸 그 친구가 가르쳐줬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역시 시간의 값어치를 올리기 위해서다. 그 소중한 시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 밀도 있게 행복을 누리고, 세상에 더 이로운 가치를 선사하고 싶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절대 깨닫지 못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늘 위안을 준다. 지구 반대편에 내가 평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는 그런 친구가 있는 사람만 안다. 이번주나 다음주 중으로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기로 약속했다. 기대된다. 그 친구는 얼마나 더 성장해있을지. 나는 그 친구에게 무엇을 더 줄 수 있을지.
그리고 고맙다. 이번 질문에 좋은 답을 줘서. 내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