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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Jan 31. 2020

철용아, 꼭 더블로 묻고 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묻고 떠블의 심리학

묻고 더블로 !”


지난 해를 달군 희대의 유행어를 꼽으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명대사다. 하지만 설득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보다 더 임팩트 있던 건 곽철용을 묻고 더블로 가게 만든 고니의 설계다. 그는 어떻게 곽철용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여기 고니가 쓴 설득의 제 1법칙이 있다.


생각할 틈을 주지 마라: 의사결정의 지름길


이거  다시 빼시겠어요? 아니면 묻고 더블로 가시겠어요?”


고니는 곽철용에게 두 가지 안을 던진다. 돈을 빼거나, 얹고 따블로 조지거나.

사구 파토가 나온 상황에서 실제로 선택지는 다양하다. 돈을 뺄 수도, 아니면 더블 없이 그냥 묻고 그대로 갈 수도 있다. 심지어 보통은 묻고 그대로 가는 게 기본 룰이라고 한다. 그 상황에서 고니는 재빠르게 두 가지 안을 제시한다. 빼거나, 더블로 가거나. 이로 인해 곽철용에게는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의 뇌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시스템 1)이 그 첫 번째다. 우리는 머리를 쓰지 않고서도 1+1=2를 대답할 수 있다. 일일이 글자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서도 타자를 칠 수도 있다. 이처럼 반복 숙달로 인해 자동적으로 나오는 사고의 영역이 바로 시스템 1이다.

하지만 우리는 153+9634를 계산할 때 1초 만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의 자리부터 더해가면서 계산해야 한다. 커피 포트를 구매하려는데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A, B, C 세 제품이 나온다. 우리는 신중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품질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처럼 머리를 굴려가면서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영역 역시 존재하는데, 이를 시스템 2라고 한다.

찬찬히 생각해봤을 때, 더블로 가는 게 반드시 이득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단순히 확률적으로만 생각했을 때, 두 게임에서 모두 땡이 나올 확률은 0.47%에 해당한다. 영화 전반에서 곽철용은 적어도 9끗 이상의, 좋은 족보일 때만 베팅하는 걸 감안해 넉넉잡고 계산해도 끗 이상의 좋은 족보가 두 번 연속 나올 확률은 9%이다. 반면, 두 게임 연속으로 했을 때 한 번은 끗 이상, 한 번은 끗 이하가 나오는 경우는 49%이다.


9% << 49%


그리고 실제로 곽철용은 다음 게임에서 두 끗을 집어든다. 물론 이마저도 고니의 계략이었지만.

하지만 이걸 곽철용이 바보라서 놓쳤을까? 올림픽대로가 막혔다는 부하의 말에 마포대교라는 새로운 선택안을 제시하는 똑똑한 설계자다. 열여덟 살에 달건이 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짬까지 있다.

하지만 섰다는 실제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게임이 진행된다. 안그래도 없는 여유에, 저렇게 두 가지 안을 정해서 던져주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 안에서 선택하게 된다. 굳이 새로 안을 짜거나 하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선택하는 입장에서 이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다. 선택안을 받는 순간 이미 상대방이 만든 판에 들어간 것이니. 제 아무리 천하의 곽철용이라 해도 골로 가는 거다.

생각할 틈을 주지 마라. 그러면 생각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마치 고니가 만들어낸 이론 같지만, 아쉽게도 원작은 따로 있다.


94년도에 발간되어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설득에 관한 고전인 <설득의 심리학>이다. 책에서는 설득의 6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호성의 원칙, 한 번 조지면 끝까지 가는 일관성의 원칙 등 인간의 시스템 1을 교묘히 활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아닌, 그 기저에 깔린 인간의 자동적 사고를 정확히 인식하는  있다. 우리가 얼마나 편향적으로 사고하는지는 <넛지>를 비롯해 <생각에 관한 생각>등, 행동경제학과 관련해 다양한 저서에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놓고 있다가는  끗에 5억을 태우는 고니같은 애들 만나 그야말로 통수를 제대로 맞는다는 걸 이 책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어떻게 방어하는 지까지 가르쳐준다.

곽철용이가 만약  책을 읽었다면 명대사는 절대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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