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
“씨쁠이 목표입니다.”
처음이다. 학점을 챙기지 않는 건. 학고만 면하려고 기말 일주일 전에 처음으로 책을 폈다.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선택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니까.
학부 시절 매 학기, 어떻게든 4 이상을 받으려고 고군분투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막연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갖기 위해. 그렇게 쟁취했다. 전액 장학금을 탔고, 조기졸업을 했다. 마지막 학기에는 과수석도 했다. 의미 있던 순간이었다. 개강 첫날부터 종강까지, 매일같이 도서관 한 구석에 박혀 사는 경험은 여행 못지않게 한 번쯤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진 게 많아도 문제다. 다른 걸 도전하기 어렵게 만드니까. 누군가는 기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를 형성한다. 높은 학점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기회를 포기해야만 했다. 교환학생을 버렸고, 창업에 도전할 기회를 놓쳤다.
그 덕분에 대학원까지 왔지만, 그래서 이제는 가진 걸 내려놓는다. 그리고 저지른다. 새롭게 시도한다. 기존의 룰과 방식에서는 원하는 답이 없음을 깨달았으니까. 내가 주인공인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 학점은, 취직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이 책은 지금 행동이 옳다는 걸 증명해준다. Ecce signum. 정말로 여기에 증거가 있다.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는 저자인 박종윤 선생님께서 e커머스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체득한 사업의 본질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쓴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비롯해 창업, 마케팅, 상품, 고객 등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 하나하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기술창업을 꿈꾸고서 대학원에 왔지만, 와서 보니 정답은 기술에 있지 않음을 느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책에서는 명확하게 짚어준다. “그 시작점이 고객이 아니라 기술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객의 결핍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비해 우리는 연구실이 가진 테크닉에만 집중했다.
우리의 고객은 누가 될 것이며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결핍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한 다음에야 그 틈을 우리 기술이 파고들 수 있을지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엔지니어들이 이를 간과한다. 좋은 기술이 있으면 고객은 알아서 써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을 탑재할 필요가 절실하다.
그런데 이보다 마음을 울린 내용이 있다. “저지르고 시도해라. 혁명을 부르짖으며 안정을 도모하지 마라. 못해서 안 하는 건지 두려워서 하지 않는 건지 명확히 인식해라. 지금은 기회의 시대다. 도전하는 자만이, 리스크를 감내하는 자만이 원하는 걸 거머쥔다.”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이제까지의 내 모습은 동물원에서 벗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유를 부르짖는 꼴이었다. 지금 쥐고 놓지 않으려는 것부터 하나씩 내려놔야 했다.
그렇게 지난 반년 동안, 그 이전 2년보다 훨씬 많은 걸 시도했다.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매일이 더 나은 오늘로 가득 차 있다.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어 겁먹었다면,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했을 결과물이다.
내년에는 크게 2가지 정도 굵직한 아이템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나는 커뮤니티,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좋다. 책에서 배운 가르침대로 하나하나 작고 빠르게 시도한다면 분명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김재운 님께. 모든 순간에 하나만 기억하세요. 세상이 나를 키웠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내가 세상을 만들리라. 나는 내가 주인공인 세상을 만든다! 나의 힘! - 2019.12.2 박종윤”
사랑합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