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쓰는 소리

소소한 행복

by 생각의 틈

새벽녘, 잠결에

"쓱쓱" "싹싹"

빗자루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는, 나를, 뜰이 넓은 집으로 안내한답니다.

넓은 마당이 보입니다.

하나둘 잎이 떨어져 내립니다.

저 멀리에는 물안개가 솟아오르는 연못도 있답니다.

마당을 돌보시는 어르신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습니다.

흙바닥이 곱게 빗어 넘긴 머릿결입니다.

그 전경이 내 마음을 가지런하게 합니다.

더욱이, 대지를 돌보는 어르신이 주는 안정감도 있답니다.


요즘처럼 나뭇잎이 조금씩 떨어질 때가,

나는 좋답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일찍 시든 나뭇잎이 떨어지는 정도니까요.

경비 아저씨가 빗자루로 나뭇잎과 잡동사니를 쓸면 되는 정도니까요.

그 때문에 내가 이런 행복과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


가을이 더 깊어지면,

"윙윙" "윙윙"

기계 소리가 잠을 깨운답니다.


낙엽을 모으는 소리랍니다.

기계가 나뒹구는 나뭇잎을 쓰는 소리입니다.

아름다운 단풍잎으로 한동안 즐거웠기에 그 소리를 받아들입니다.


처음엔 그 소리에 원망을 품었더랍니다.

그러다 자세히 살펴보며 알았답니다.

나뭇잎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우수 수수 떨어졌답니다.

어느 때는 비처럼 하염없이 내리기도 하더군요.


그러다 보았답니다.

아파트 바닥에 나뭇잎이 떨어져 있는 것도,

본인 자동차에 나뭇잎이 떨어져 있는 것도,

참지 못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요.


그런 사람들은 목소리가 컸답니다.

욕과 무시하는 말투와 행동은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욕감이 들게 했답니다.

그 소리는 기계 소리보다도 더 컸고,

끔찍했답니다.


몇 해 전부터 경비 아저씨들은,

지상 주차장 쪽 나뭇잎을 미리 떨구어 없애버린답니다.

그곳에 심어진 나무들은 단풍이 아름다운 신나무랍니다.

나무는 모든 영양소를 흡수하고, 우리는 나무의 오묘한 색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지요.

어쩜 신나무가 뽐낼 수도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겠고요.

겨울도 오기 전에 벌거숭이가 된 신나무를 보는 것은, 안타깝고, 민망하답니다.


♧♣♧


오늘은 빗자루 쓰는 소리로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일은,

내일 생각하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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