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 중심에 틈의 시공간을

절망을 건너가는

by 생각의 틈

원주에 있는 미술관에 다녀왔답니다.

입구를 지나,

산세를 살려낸 길을 따라갔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울타리를 빙 둘러 돌아 걸어 들어가니,

눈앞에 검고 깊은 물 위에 떠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답니다.

안도 다타오가 건축한 뮤지엄 산입니다.

본관 입구에는 초록색 커다란 사과가 놓여있었답니다.



뮤지엄 산은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해서 눈이 편했답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공간이어서 혼란스러운 구석도 있었지만 일상의 공간이 아닌 미술관이어서 신기하게 느껴졌답니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은 투박함이 아니라 부드럽고 투명해 보였답니다. 참으로 특이했답니다. 그만큼 더 세심한 공정이 필요했겠지요.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건물의 중심에 자리 잡은 삼각 공간이었답니다.

건물의 가장 중심에, 전체 건물과 어떤 접점도 없는 삼각 공간을 두어, 직접 비바람과 햇빛이 들이치게 만들어놓았답니다. 바닥은 울퉁불퉁한 돌멩이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돌멩이를 디디며 들어설 때 바닥면이 고를 때는 결코 의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조성한 것이라 합니다. 동시에 삼각 공간 입구 맞은편에는 둥그런 방석을 자유롭게 들고 들어가 앉을 수 있게 마련해 두었답니다.


나는 그곳에서 건축가 안도 다타오가 80대인 지금까지도 '청춘'으로 살고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답니다.

그는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그 중심에 자기만의 일상을 벗어난 공간을 두었습니다. 그런 곳이 있어서 그는 질식당하지도 꺾이지도 않고, 자기의 생을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가 우리에게 어려움을, 절망을 건너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았답니다.

쭈그러지고 젖어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르게 감각한다면 다시 펴지고 물기는 마르고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연을 그대로 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안도는 건물의 가장 중심에 건물의 어느 것과도 만나지 않게 만들어냈습니다. 일상 속에서 잠깐 벗어나 쉴 수 있는 틈의 시공간을 삶의 터 중심에 두었다는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사실로써 상징으로써 삼각 공간 같은 것이, 그가 꾸준히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중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그 삼각 공간을 만들기도 만만치 않았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럼에도 그 삼각 모서리에 사람들이 다칠까 봐 안전을 위해 모서리를 깎아냈다는 사실에서 안도의 인간 존중이 그의 건축을 받치고 있음도 알았답니다.


우리는 청사과를 풋사과라고 부르며 붉은 사과가 최상이라 말합니다.

안도 다타오는 청춘을 '어떤 마음가짐'이고 그 마음가짐이 '청사과처럼 푸르고 무르익지 않은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본관 앞의 초록 사과가 달리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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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에서 상황을 마무리 짓고 다시 시작하는 것만이 우리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도전하는 삶이 가장 안전하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도전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의 어려움을 넘어가는 하나의 방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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