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장의 벚꽃 잎

소소한 행복

by 생각의 틈


책을 뒤적이다

책갈피 속

연한 분홍빛 꽃잎

세장을 만났습니다.


♧ ♣ ♧


4월 봄날 아침,

베란다에 나가보니

바닥에 벚꽃 잎이 흩어져있었습니다.

'어? 창문이 닫혀있는데!'

'참,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올 수는 없는데? '

'그럼 이건 뭐지?'

자세히 살펴보니,

벚꽃 잎은 펼쳐 논 우산살 아래 흩어져 있었답니다.

몇 개는 아직도 우산에 붙어있었고요.

그제야 어젯밤이 떠올랐지요.


어젯밤에는 비가 내렸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는 말라있던 대기와 대지를 촉촉하게 적셨지요.

내 맘도 촉촉하고 차분해졌답니다. 그리고 무언가 설레기도 했었죠.

밤이었고 볼 일도 없으면서, 나는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답니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벚나무 밑에는 비와 벚꽃 잎이 함께 내렸답니다.

벚꽃 잎이 보도블록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그 꽃밭에 서고,

그 꽃잎을 밟고 지나가려니,

발 둘 곳을 몰라 발이 허공을 헤매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작은 폭죽이 터지는 기쁨도 있었답니다.


나는 벚나무를 찾아다니며, 그 나무 아래 서서 꽃비를 기다리고,

휘날리며 내리는 꽃잎을 맞이했답니다.

쌍 날개를 가진 나비도 아니면서,

한 잎씩, 한 꽃잎씩 팔랑팔랑 춤을 추며 내렸답니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빗속에, 가로등 조명을 받으며, 가볍게 춤추는 꽃잎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황홀했으니까요.


4월 초이고, 비도 오고, 바람까지 부는 밤이라 기온은 쌀쌀했답니다.

집에서 잠깐 밖으로 나온 옷차림이라 으슬으슬 몸이 떨렸답니다.

그렇지만 그곳을, 그 순간을 떠나고 싶지 않았답니다.

마치 통금시간은 지켜야 하고,

연인과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같았다고나 할까요?

벚꽃 길을 걷고 걷고 다시 걸으며 연인과 손을 놓지 못하는 모양과 같았지요.

끝내는 연인을 뒤에 남기고 뒤를 보고 또 보며,

밤이 깊어서야 집에 돌아왔답니다.


베란다에 펼쳐진 벚꽃 잎들은 우산에서 떨어진 그 벚꽃 잎이었답니다.

밤새 우산이 마르면서 꽃잎도 물기를 걷어내고 흘러내린 것이었지요.

펼쳐 논 우산 옆에 둔 신발에도 벚꽃 잎이 붙어있었답니다.

신발 앞쪽에도 옆에도 뒤에도 심지어는 바닥에도 겹겹이 뭉쳐있었답니다.

내 맘처럼 신발도 벚꽃 잎과 헤어지기 싫었던 것인가 봅니다.


♣ ♧ ♣


저 꽃잎 세장은 우산에서 떨어진 것일까요?

신발에 붙어있던 그 많은 꽃잎에서만 고른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어떤 꽃잎을 골라 책갈피에 꽂아 논 걸까요?


지금,

내 손바닥에는 연인이 남기고 간 추억의 벚꽃 잎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삶의 터 중심에 틈의 시공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