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엄마 되던 날

2024년 2월 28일

by 강현주



2월 28일


지난주 2월 28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내미 탄생하던 날. 엄마가 되기까지 10달을 기다리면서 많은 생각과 사색을 즐기게 되었던 나.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그날을 상상하면서 무수히 다양한 갈래 길을 다녀온 듯하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제대로 자격을 갖춘 뒤 그 역할에 맞게 잘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그러다 막상 그 역할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서 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부인과 병원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 아가씨가 결혼에 골인하여 남편과 함께 사랑으로 만들어낸 ‘우주(태명)’를 가졌을 땐, 정녕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서지 않았다. 그리곤 2월 28일 새벽 12시, 양수가 터지면서 바로 택시에 몸을 싣고 병원으로 향하던 날엔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거대한 일이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새벽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데 함박눈이 쏟아지면서 우리 우주의 탄생을 축하해 주고 하얀 눈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밴쿠버에 큰 산부인과 병원인 BC Women’s Hospital에 도착하여 맥박과 혈압을 체크하고 링거를 맞을 준비를 하는데 이제 정말 무언가 시작되었고 다행히 우주의 맥박은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그때 우주도 우리를 만나는 순간을 기다렸듯이 심장이 얼마나 많이 뛰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무통주사


통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정확히 잘 표현을 못하겠지만 중학생 때부터 경험해 오던 생리통을 생각하면 출산 진통은 정말 말이 필요도 없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3시간 정도 잘 버티다가 질소 가스를 들여 마시면서 잠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다음엔 척추에 놓는 무통주사를 맞기 위해 자세를 잡는데, 베개를 배에 안고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주사를 기다린다.


뭔지 모를 따끔함으로 질소 가스를 더욱더 깊이 그리고 많이 들이마시게 되고 나도 모를 통증으로 넋이 나간 듯 남편을 쳐다보게 되었다. 남편의 걱정스럽고 안쓰러워하는 눈빛에 나는 실신하기 전 사람의 모습으로 비치게 되었고, 시간이 좀 지나니 온몸에 통증은 뜬금없이 사라진 듯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자궁에서 느껴지던 통증은 말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함께 있어준 엄마와 남편 그리고 간호사분들과 같이 기계 속에서 비춰주는 통증 강도에 따라 힘을 주면서 우주가 이 세상으로 조심히 잘 태어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2024년 2월 28일 오전 11시 19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주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우주가 나의 품으로 안기는 순간 나는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감격한 것도 이유겠지만, 우주의 목에는 탯줄이 4번이나 감겨 있었고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 끝내 엄마의 품으로 건강하게 잘 태어나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정말 우주는 건강했고 오망졸망 작고 귀여운 얼굴이나 손, 발, 몸 등을 어루만지며 진정 나는 엄마가 되었음을 오감으로 되새길 수 있었다.



엄마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했던가! 엄마랑 같이 우주를 만났다 보니 더욱더 감개무량했는지 엄마를 보면서 꼭 끌어안고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엄마도 나를 낳을 때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이제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엄마도 내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수고했다는 말로 모든 것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태어난 아기다 보니 엄마로서 소중한 우주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눠줘야 하는지 하나씩 깨달아 갈 것이다.


그리고 임산부라서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전해주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을 텐데 우주 엄마를 잘 케어해 주고 보살펴준 남편의 사랑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또, 함께 응원해 주고 지지해 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모든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앞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