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
임신 3개월이 지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5개월쯤이면 이제 아가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고 아가의 정상적인 모습을 보러 갈 수 있다. 엄마의 몸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건 없는지..
초기 아기를 확인했을 때는 마냥 신기방기하기만 했었는데, 두 번째 우리 우주를 만나러 갈 때는 왠지 사뭇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엄마, 나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멘트를 전해 듣는 라고나 할까.
좀 더 가까워진 우리들은 우주가 딸인지 아들인지 일찍 알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원하면 10달 전까지 성별을 알려주지 않거나, 가족들과 지인들이 ‘Gender reveal party’를 준비해 주면서 그때 부모에게 몰래 공개를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있다.
우리는 나이도 있겠다, 우주의 성별을 미리 알고 나서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주랑도 어느 정도 같이 지내다 보니 너무 활발하고 움직임도 장난이 아니었으니, ‘아하! 아들이겠구나’하는 촉이 몰려왔었고 ‘힘을 좀 많이 써야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문뜩 했었다.
괜스레 병원 가기 전까진 허리랑 무릎은 괜찮을지, 손목은 정말 나간다는데 그것도 힘들어지면 고생할 수도 있다는데 등등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며 병원 가는 그 시간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길게 다가왔다.
나의 이름이 불리고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서 눕는다. 몇 개월 전의 가벼웠던 몸은 아니었는지 색다른 몸의 무게가 느껴졌고 공손히 두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누웠다.
선생님께서 초음파기를 갖다 대니 우주는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오랜만에 다가온 새로운 감각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배 가운데부터 시작해서, 위아래 오른쪽 왼쪽 등 여러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우주의 얼굴이나 손 그리고 발까지 아기의 몸상태가 양호한 지 혹은 이상이 있는지 세심히 잡아주셨다. 거기에 맞춰서 잡기 놀이 라도 하는 듯 우주는 요리조리 피하기 바빴고 가만히 있으면서 차분히 도와주기도 했다.
그때, 선생님께서 ‘아기의 성별이 궁금하세요?’라고 물어보셨고, 우리는 단 번에 ‘YES!’라고 알려드리며 궁금하다고 전달을 한 상황.
… 두근두근 …
과연? 우주는 아들일까? 딸일까?
차분히 사진들을 정리해서 보여주시면서,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도 정확하고 매우 활동적이면서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는 건강한 ‘딸’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장난 아니게 활발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우와 이렇게 아들같이 힘차게 움직이는 딸내미 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물론 상상은 해봤겠지만 말이다.
이제 서로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예쁜 딸과 만날 날만 기다리면 되겠다는 느낌이 드니, 울컥하더라. 잔잔한 위로의 눈웃음이라도 말없이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라 게, 조금은 어렵거나 쉽지 않은 나날들로 가득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라면 잘 이겨내고 버틸 수 있겠단 자신감으로 물들었고, 우리 딸 ‘우주’를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임을 약속하게 되었다.
아직 부족할 수도 있고 수줍고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우주’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까지 끊임없이 나의 마음부터 잘 다스리고 헤아리면서 우리 둘 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만날 수 있도록 매일매일 나를 되돌아보면서 잘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래서 진정한 ‘부모’의 자리로 안전하게 가기까지는 너무도 어렵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