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만난 고마운 이들
입덧: 임신 초기에 입맛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는 증세
오호라~ 이것이 입덧이구나!
언제부터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속은 이상하고 뭔가도 먹고 싶지가 않은 신기한 경험을 한다. ‘무슨 일이지?’했지만 임신테스트 이후로 그 이유는 명확해졌고, 이제 이 입덧과 큰 전쟁을 치러내야 했다.
나도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경험이라서 그런지 좀 어색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내심 신기하기도 했다. 희한하게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거나 좋아하는 간식을 입에 갖다 대기도 전에 이미 몸은 그 냄새에 반응을 하는지 울렁울렁거렸다.
‘와우~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렇게 이상하다니!!’ 후각과 미각의 조화로움에 흥겨웠던 시간이 그립기만 했다. 먹고는 싶은데 몸이 싫어서 저기 멀리로 밀어내기 시작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살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날씬한 20대 몸매로 되돌아가더라. 거울을 볼수록 기분은 좋은데 배는 고프고…
1-2주에 한 번씩은 꼭 먹어야 속이 든든해지는, 그렇게 사랑하던 치킨이랑 생선은 그 향 때문에 밀쳐내기 일쑤였고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먹던 쇠고기 햄버거가 되려 나에게 막 달려와서는 나의 입으로 흡수되었고, 맥도널드를 애용하면서 단골이 되었다.
다행히 남편도 나도 식성이 좋은 편이라 처음엔 그렇게 낯설게 거부를 하다가 차분히 살아가기 위해 과일이랑 주스부터 시작해서 야채까지 하나씩 입에 자주 넣어보려 애썼다. 그거라도 먹어야 체력이 유지되고 갈수록 무거워진 아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았다.
Midwife
캐나다에서는 ‘Midwife’라고 조산사 또는 산파로서 ‘임신, 출산, 산후조리 과정에서 여성과 아기를 돕는 의료 전문가’를 의미하는 직종이 유명하다. 한국에서 산후조리원을 가는 게 당연한 듯, 여기서는 ‘Midwife’의 도움을 받으면서 임신, 출산, 산후조리까지 처음부터 마무리단계까지 산모를 도와주시는, 너무도 감사한 그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그냥 이리저리 정보를 알아보다가 그냥 ‘패밀리 닥터’랑 연결할지 아니면 ‘Midwife’와 만나볼지 고민을 했었다. 너무 모르는 부분이라서 나에게 잘 맞을지 걱정도 됐었는데, 막상 인사를 나누고 도와주고 헤아려주는 진심 어린 마음이 전달되면서 그들과 함께 끝까지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병원 예약부터 패밀리 닥터에게 전달돼야 할 문서 정보 등 다양한 상황이나 필요한 내용을 그들의 도움으로 더 빠르고 편안하게 진료도 받고 검진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산부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나 필요한 정보 등 내가 알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내용 등도 제때 알려주면서 시기적으로나 상태 등을 살펴봐주며 나를 보듬어주었다.
그래서 그들 덕분에 임산부 기간 동안 마냥 편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지금도 만약 밴쿠버도 되돌아간다면 그들에게 우선 너무 고맙다고 다시 한번 더 인사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평안한 마음상태와 건강한 딸내미를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감사하다.
저번에도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이사오기 전에 그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그걸 잊어버리고 왔다. 언제 기회가 되면 정신 차리고 그들의 사무실에 맛있는 케이크라도 선물로 보내며 나의 이 고마운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다.
친정 엄마, 시어머니
이젠 같은 ‘어머니’의 타이틀을 가진 어른이자 선배분들께 조언도 구하고 시기별 필요한 부분들을 묻고 또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 하고 이럴 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등 너무도 많은 것들이 궁금하고 고민되었는지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께 자주 여쭙곤 했다.
거기다가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니, 옆에 있는 남편은 아내에게 아기에게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등은 아빠와 남동생에게 여쭤보기도 했다. 그들이 더 많이 경험하였고 먼저 알게 된 나의 인생 선배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들과 더 돈독해지고 재미있는 우리 어릴 적 메모리를 들려주시며 함께 웃음 짓기도 했다.
‘한 아이를 위해 그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왜 그런 이야기가 전해졌는지 알 것 같다. 옛날에는 대가족 단위로 같이 살아가고 그 마을 사람들이 한 가정에서 사건이나 좋은 소식이 생기면 모두들 달려와서 손잡아 주고 도움이 되는 것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도와주시던 시절도 있었으니, 마음 따뜻해지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 아이를 위해 엄마 아빠를 포함하여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숙모 등 모든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그 아이를 위해 같이 귀 기울여주고 힘껏 팔을 걷어붙이며 도와주기 위해 애써주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그들만 아이를 위해 노력한 게 아닌, ‘온 가족’의 도움이 포함되어 더 의미 있는 임신기를 지낼 수 있다.
덕분에 나 또한 마음도 든든해지고 조금 실수하거나 걱정되는 순간도 금방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임산부가 스트레스 쌓이면 되려 아이에게 악영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 해결책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제일 힘이 되는 건, ‘사랑’이라는 뜨거운 마음이 제일 약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과 지인들의 귀 기울여주는 시간으로 임산부는 얼마나 위안을 얻게 되는지 모른다.
입덧의 여유로움
그래서였을까? 입덧 시기는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리고 다음 단계인 ‘먹덧’ 단계로 진입한다. 이 단계도 임산부들 마다 모두 가지각색으로 다르지만, 나는 ‘먹덧’으로 전개되면서 다시 손이 요리조리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