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나날들
자꾸 먹네?
분명히 조금 전에 사과 하나 먹었는데? 정말 끝없이 들어간다. 가만히 있다가도 다시 배가 고프고 입이 심심했는지 누군가가 무엇인가 달라고 계속 요청을 한다. 내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우주가 뱃속에서 무엇인가 많이 필요한가 보다. 우주도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잠에서 깨어나니 뭐가 좀 먹고 싶은지 나에게 이상한 신호를 살금살금 보내는 느낌이다.
‘엄마, 햄버거 먹고 싶어요’
나는 햄버거를 그렇게 자주 먹던 사람은 아니었다. 남편이 햄버거나 프랜차이즈 음식을 좋아하여 자주 따라가서 간식거리 하나씩 먹는 것 말고는 잘 찾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딸 ‘우주’는 햄버거랑 감자후라이드를 너무 좋아하는지 1주일에 한 번은 기본적으로 맥도널드를 향해 달려가던지 아니면 배달로 주문하면서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입덧시기를 지나고 4개월 차부터인가 먹덧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친정엄마와 이모들이 입덧으로 심하게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유전이겠거니 생각하고 ‘나도 입덧이 심하게 와서 오래갈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말 달랐고, 향이 진해서 메슥거리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이상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연스레 무엇이든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너무 많이 먹거나 자주 먹어서 체중량 조절을 못 할 정도라면 임신중독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도 우주는 적당히 조금씩 자주 계속 먹는 것을 선호했다. 귤 3개 먹고 물 마시고, 비스킷 2개 먹고 사과 주스 마시고, 볶음밥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등 여러 가지 조합을 잘 나눠서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체중은 아기의 체중과 양수의 무게 그리고 조금 더해진 나의 무게가 다였다.
우주는 엄마의 나이가 좀 있다는 걸 아는 것일까? 엄마가 조금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꾸준히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너무도 우주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의 몸도 아니고 딸과 함께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조심스럽게 잘 견뎌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만약 조산증이 있거나 체력이 바쳐주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면 너무 어려웠을 시기이다. 하지만 ‘우주’는 엄마를 믿고 나도 ‘우주’를 믿고 매일 산책도 하고 챙겨 먹어야 될 필수 영양소는 잊지 않고 알차게 잘 챙겼다.
조금 신기한 건, 진정 1인분이 아닌, 남편이 좀 많이 먹는 편인데 아마도 그 정도로 양으로 늘었다. 원래 햄버거는 반쯤 먹거나 2/3 정도 먹고 나면 남편에게 더 먹으라고 줬었는데, 햄버거가 좀 크거나 양이 많아도 끄떡없이 술술 먹기 시작하더라. 후라이드랑 콜라도 한꺼번에. 라면도 하나를 먹어도 조금 많네 싶을 정도로 한 숟가락 남기곤 했었는데, 후루룩 뚝딱! 국물까지 와르르 해치우고 만다.
사랑하는 딸내미랑 같이 나눠 먹으면서 냠냠하고 있었던 건데, 지금 생각해 봐도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오로지 뱃속의 아가랑 함께 할 수 있는 그 10달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