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만 해진 배

내 진짜 배는 어디로?

by 강현주



사춘기 말쯤 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급속도로 ‘다이어트’라는 걸 해본 적이 있다. 그전까지는 먹는 것이 낙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터라 음식이나 간식 앞에서는 이기지 못하던 한 여자였다. 그런데 사춘기라는 물길을 타고서 점점 고도로 올라가다가 아직 부족한 것 같은 나에게 ‘다이어트’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계획이란 것도 세워본 적이 없는 상황이라서, 그냥 안 먹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웃긴 건,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는 3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이라서 3교시 끝날 때쯤 이미 한 발은 책상을 밀치고 밖으로 나와서 뛸기세로 준비하고 있었고, 종이 ‘땡!’하고 울리면 바로 급식소를 향해 온 힘을 다해서 미친 듯이 달려갔던 날들이 많았다. 누가 보면 100m 육상경기 선수도 아닌데 말이다.


먹는 것에 뭐가 그렇게 행복했길래, 밥이랑 반찬 그리고 국을 우걱우걱 모두 다 먹고 나면 포만감으로 입가에선 미소가 번지고 있었고 친구들과 2차로 간식을 먹기 위해 학교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그 당시는 성장하는 시기라서 많이 먹는 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일단 먹는 순간의 행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아이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고 1 겨울방학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 건지 여자로서의 자신감이 화산처럼 솟아올라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남고 학생들과 단체미팅도 나가보고 난리가 났던 것이다. 이제 이성에 눈을 제대로 뜬 듯 남학생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해보지 못했던 벚꽃 데이트나 햄버거 데이트 등 다양한 데이트를 실행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꾸지 않으면 여자로서 매력이 없을까 봐 외모와 몸매에 관심을 두면서 관리하기 시작했고 다이어트에 홀릭하게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뒤 고 3 때부터는 공부에 전념하면서 외적인 모습에서 눈이 멀어지고 대학교를 지나면서 외모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에 좀 더 비중을 뒀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한 번 경험해 본 다이어트나 외모관리는 언젠가 또다시 하고 싶을 때 실행이 되면서 원하는 대로 이뤄지기에 편하게 느껴졌다며, 내면의 아름다움은 뒤늦게 알게 되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거나 수긍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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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면, 동산만 해진 배를 보면서 그때의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었고 이 배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더라. 이렇게 떠오르고 있는 배는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아가의 보금자리니까 말이다. 아무리 무겁고 크더라도 엄마라는 사람이 내가 감당하지 못하면 아가의 보금자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불편할 수도 있어서 세심히 관찰하고 안아보고 쓰다듬어 보면서 아가와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살펴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때 그렇게 나와있던 배를 다이어트로 잘 들어가도록 이끌었던 걸 보면 나도 여자란 걸 인정할 수 있고, 임산부라서 나온 배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느끼기보다는 당연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만약, 인신중독증이나 몸에 무리가 있으면 당연히 걱정도 생기고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관리를 해나가야 되는 부담감에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까지 가지 않은 것도 아가와의 상호 작용이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인해 부여된 특허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이 현황을 잘 맞이하면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움직여 보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아가와 함께 손잡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잘 챙겨 먹으면서, 아가가 더 자라면서 커질 배를 위해 체력적인 한계점을 높이는 것도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될 몫이란 걸 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넘쳐 날 수도 있으니, 혹은 임신을 준비 중이시거나 임신 중이신 많은 엄마들께 다 같이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기까지 버텨온 것도 나라는 우주 엄마의 힘이고 앞으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내재하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친정 엄마에게 더욱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픈 날이다.


고마워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