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서러움

왜 그렇게 눈물이 날까

by 강현주



몸도 가누기 어렵고 내 마음처럼 나의 마음도 자연스레 다루지 못하게 된 듯한 상황. 나를 포함해서 아가의 상태도 살펴야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는 아가가 먹고 싶어 하는 것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며, 작은 잘못이나 행동으로 어떠한 큰 상황으로 발전할지 몰라서 항상 조심해야 했던 나날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라는 이 자리는 정말 아무에게나 주워질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임신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고, 된다고 하여도 엄마의 마음 건강과 몸 상태에 따라 많은 일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이니, 그것까지는 잘 몰랐는데 임신 말기쯤 되어 가면서부터 조금 더 진중한 시간들로 가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울컥 하지를 않나, 조금 전에 먹고 싶었던 것도 돌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은 듯 손에 잡히지도 않고,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순간들도 많았으며, 적막 속에서 나 혼자서 아가랑 동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는 등 정말 다양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나에겐 모두 생소했고 아가가 무거워지고 움직임이 느려질수록 그 깊이가 더 깊어지고 있었다.


한 날은 남편을 데리러 가는 길에 송편이 먹고 싶어서 사들고 남편에게 가던 날. 그 송편을 둘이서 나눠 먹고 있는데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는 송편에게 손을 갖다 대는데 아예 없어져 버려서, 남편에게 어디 갔냐고 물었다. ‘다 먹었지’ 그 한 마디에 얼마나 서럽고 눈물 나던지. 갑자기 뺨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나도 몰래 서러움에 눈물바다를 만난 적이 있다.


물론 그 상황에서 남편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나도 자기도 처음 느껴보는 설움이라서 뭐라고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해서는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몰랐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아가도 먹고 싶었던 것이라서 그런지 더 서럽게 느껴졌다며, 자기도 ‘그 정도까지는 잘 몰랐다고. 앞으로 좀 남겨둬야겠네’ 하면서 그 분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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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까지 만나다 보니, 나도 당황했고 자식 가진 엄마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런 모성애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석처럼 그런 마음들이 더 달려들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나는 ‘만삭 임산부’라는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임신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지금 이 이야기들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하시리라 생각된다. 자기 몸인데 내 몸이 아닌 것 같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결과는 엉뚱하게 해석되어 있으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들처럼 오묘하고 아기자기하게 출산의 길로 걸어가고 있었나 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아가를 우선시하면서 자신의 마음은 어디 있는지 찾아본 것도 오래되어 가고, 고통스럽지만 진득하니 이겨내고 있는 당당한 엄마라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감정을 느끼는 엄마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랑스럽다. 한 여자로 태어나 아내를 비롯해 엄마라는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에 더욱더 감격할 수밖에. 여러 입장을 알 수 있어서 감사했고 발 담가 보지도 못했던 이 찰나의 순간들을 직접 겪어볼 수 있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언젠가 ‘엄마’라는 소리를 귀담아들을 수 있겠다는 상상 속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에 따른 의미가 담겨있었고, 그 상황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결과나 성과가 나타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