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다.
아빠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리면 늘 같은 감정이 따라왔다.
그 얼굴은 고통에서 벗어난 듯 편안했고, 오랜 시간 싸워온 모든 아픔을 내려놓은 사람의 표정 같았다. 그래서 다행이라 여겼다. 더 이상 고통받지 않으신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병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매일 바라봐야 했던 나로서는 그 순간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의 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아빠의 죽음이 안도였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분의 고통이 끝났다는 사실이 위안이었고, 동시에 내 괴로움이 끝났다는 사실에도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지극히 인간적인 이기심이 섞여 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후두암 수술 이후에도 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심부전과 신부전으로 이어지는 투병의 길은 아빠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가족 모두가 함께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다. 꺼져가는 불씨처럼, 숨을 몰아쉬는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던 순간마다 내 마음은 두 갈래로 흔들렸다. 조금이라도 더 살아주셨으면 하는 간절함과, 이제는 고통에서 벗어나셨으면 하는 바람이 교차했다.
그 모순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함과, 더는 그 고통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마음.
그 두 가지 감정이 뒤엉켜 나를 흔들었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작년 봄, 아빠를 떠나보낸 후에도 그날의 마음은 불쑥 올라와 여전히 내 안을 붙잡곤 한다.
사람이 떠나는 순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동반하는 일이구나 싶다. 단순히 슬픔만이 아니라, 안도와 위안, 죄책감이 한꺼번에 남는다. 그것이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한다.
사랑했기에 끝없이 슬펐고, 사랑했기에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그 안에 담긴 안도의 마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진실이었다.
오늘, 마음속에서 눌러두었던 감정을 다시 꺼내 본다.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나를 책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음을.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 모순된 마음까지 함께 끌어안는 일이라는 것을.
그 마음마저도 사랑의 일부라 여기며,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