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04]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낮잠 자는 집」 「송아지의 봄」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코로나19(COVID-19)로 떠들썩한 시기이지만, 춘분이 지나 어김없이 봄이 왔다. 곧 책방 개업을 앞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방 테라스에 봄맞이 꽃과 화분을 고르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개학이 4월로 연기되면서 집에서 봄맞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만은 나들이하러 나가고 싶은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그림책을 선물해 보자.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봄과 함께 특별함을 더 담았다. 바로 한글과 영어, 두 언어로 만나는 봄을 담은 그림책이다. 색다른 봄을 담은 세 권의 책으로 봄을 맞이해 보자.
◇ 일어나!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 「낮잠 자는 집」
창밖에 나뭇가지에서는 새싹이 움트고 꽃망울이 피어나는 봄.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아직도 겨울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낮잠 자는 집」(오드리 우드 글·돈 우드 그림·조숙은 옮김, 보림출판사, 2000년)을 소개한다.
「낮잠 자는 집」은 침대 위에서 아직도 낮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유쾌한 친구들을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원서 1984년에 출간한 「The Napping House」(Audrey Wood Text, Don Wood Illustrations, Houghton Mifflin Harcourt Publishing Company, 1984)를 번역한 그림책으로, 1986년 칼테곳상(Caldecott Medal·미국에서 매년 뛰어난 어린이 그림책의 삽화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을 수상한 두 부부인 오드리 우드와 돈 우드의 그림책이다. 작가인 아내와 화가인 남편이 함께한 그림책은 첫 장부터 환상적인 낮잠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집이 한 채 있어요. 낮잠 자는 집이요. 집 안에선 모두 다 잠을 자요. 집 안에는 침대가 있어요. 폭신폭신한 침대요. 낮잠 자는 집에선 모두 다 잠을 자요. 침대 위에는 할머니가 있어요. 드르렁 코 고는 할머니, 그 밑엔 폭신폭신한 침대, 낮잠 자는 집에선 모두 다 잠을 자요.
There is a house, napping house, where everyone is sleeping. And in that house there is a bed, a cozy bed in a napping house, where everyone is sleeping. And on that bed there is a granny, a snoring granny on a cozy bed in napping house, where everyone is sleeping.”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라임(Rhymes) 이다. 「낮잠 자는 집」은 문장이 반복되는 라임부터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계속해서 소개하는 두 라임을 활용하고 있다. 두 책을 읽으면 한글과 영어 두 언어의 문장 라임을 비교하는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봄비가 내리는 오후, 낮잠 자는 집 안 폭신폭신한 침대에서는 누가 낮잠을 자고 있을까? 어떤 친구들이 낮잠에서 깨어나 화창한 봄을 맞이하게 될까? 잠들기 전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자장가 같은 포근함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면, 「낮잠 자는 집」&「The Napping House」를 건네 보자.
◇ 어서 와 봄아! 만나서 반가워! : 「송아지의 봄」
귀여운 송아지에게 봄은 어떤 모습일까? 얼룩무늬 송아지가 반갑게 웃고 있는 「송아지의 봄」(고미 타로 글·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2003년)과 영어판 「Spring is Here」 (Taro Gomi Text and Illustrations, Chronicle Books LLC, 1989) 은 사계절 따라 자라나는 송아지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고미 타로는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상과 ‘밀드레드 베첼더 어워드 어너리스트’ 일본 ‘산케이 아동 문학상’ ‘고단샤 그림책 상’ 등 세계적인 도서전에서 수상을 하고 한국에도 많은 책이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다. 그중 「송아지의 봄」은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그래픽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봄이 왔어요. 눈이 녹아요. 흙이 얼굴을 내밀어요. 눈이 쌓이네요. 온통 새하얀 세상. 그리고 또 봄이 오고 눈이 녹고 조그만 뿔이 뾰족 돋아났어요.
Spring is here. The snow melts. The earth is fresh. The world hushed. The world is white. The snow melts. The calf has grown. Spring is here.”
「송아지의 봄」은 하얀 송아지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지내며 얼룩무늬가 생기고 자그마한 뿔이 돋아나는 일 년을 재치 있게 풀어냈다. 내 아가에게도 읽어주니 까르르 웃으며 재밌게 읽어 주었던 「송아지의 봄」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그림책이다. 「Spring is Here」 또한 간결하고 쉬운 영어 문장으로 번역되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어서 와 봄아! 만나서 반가워!” 즐겁게 봄 인사를 하며 그림책과 함께 하는 시간, 「송아지의 봄」&「Spring is Here」을 추천한다.
◇ 따스한 봄날 같은 세상을 꿈꿔요 :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대학생 시절, 전국 대학생들과 함께 DMZ(비무장지대) 안보 견학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도라산 전망대와 땅굴, 도라산역을 관람하고, GOP(일반전초) 보초 근무 체험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이 나는 건 ‘도전! 골든벨’을 패러디한 퀴즈 코너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었던 기억이다. 당시 마지막 퀴즈로 나왔던 정답이 ‘통일각’이었는데, 유일하게 정답을 적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평소라면 접하지 못했을 경험과 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자,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새김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구역인 비무장지대. 한국 전쟁 휴전 당시, 휴전선으로부터 남과 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한 비무장지대는 멸종 위기 동식물이 자유롭게 살아 숨쉬는 구역이다. 세계 어느 곳보다 청정하고 평화로운 곳이지만 할아버지의 그리운 고향이기도 하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든 시리즈 중 하나인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억배 글·그림, 사계절, 2010년)는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된 그림책이다.
2019년에 영문판으로 번역된 「When Spring Comes to the DMZ」 (Uk Bae Lee Text and Illustrations, Plough Publishing House, 2019)은 한국, 중국,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19 프리먼 북 어워드 멘션, 미국의 대표적 전문 서평지인 커커스(Kirkus) 리뷰에서 2019년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배첼더 어워드(Bachelder Award·전미도서관협회 ALA에서 주관하는 비영어권 어린이 책 번역 도서에 수여하는 상) 어너리스트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들판에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납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니까요.
When Spring Comes to the DMZ, green shoots spring up in the meadows. But you cannot go there because the razor wire fence is blocking the way.”
봄에는 물범 가족이, 여름에는 수달 형제와 고라니 남매가, 가을에는 연어와 산양이, 겨울에는 철새들이 찾아오는 비무장지대이지만, 할아버지에게는 갈 수 없는 그리운 고향. 언젠가는 그곳에서 동물과 사람이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올 수 있길. 나아가 모두가 코로나19(COVID-19)의 위기를 이겨내고 따스한 봄날 같은 평화로운 세상이 어서 오길. 3월의 끝자락, 드디어 책방을 오픈한다. 매일이 있는 그곳에서, 책방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좋은 소식을 건네며 봄 인사를 나눌 수 있길. 봄을 담은 그림책을 건넬 수 있길.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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