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03]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그림책 여행
건축가 가우디와 화가 피카소, 탐험가 콜럼버스, 카르멘과 돈키호테, 플라멩코와 투우, 추파 춥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토마토 축제와 낮잠 대회까지. 이 모든 걸 만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 정답은 ‘스페인’이다.
2020년 3월 17일, 스페인과 한국은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사이가 됐다. 수교 행사의 일환으로 다양한 교류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지난 1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3대 국제관광박람회 중 하나인 피투르 국제관광박람회(FITUR 2020)에 한국이 주빈국(Partner Country)으로 참가했다.
책방지기인 내게 스페인은 어떤 의미의 나라일까? 나의 첫 스페인 여행은 2012년 4월, 대학 졸업 후 입사했던 직장을 퇴사하고 한 달간 혼자 떠났던 여행이다. 스페인을 퇴사 기념 여행지로 정했던 이유는 두 권의 책,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의 영향이 컸다.
당시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이 회사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꺼내든 여행 에세이에서 나는 스페인의 자유와 정열을 탐냈고, 그 열정이 퇴사와 여행으로 이어졌다. 한 달간 이어진 여행의 여운은 여행 작가로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여행 작가로도 활동하던 나는 스페인 여행기가 당첨돼 손미나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는 스페인 콘서트에서 그녀를 만나기도 했다.
두 번째 스페인 여행은 2019년 4월에 다녀온 신혼여행이다. 당시 남편과 신혼여행지로 스페인을 택했던 나는 일주일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허니문을 만끽했다. 스냅 사진을 촬영하고, 혼자 여행했던 스페인을 혼자가 아닌, 둘이 돼 다시 여행하는 감회는 새로웠다. 신혼여행 일주일 뒤 예기치 않았던 임신을 확인하고, 임산부가 됐지만, 지금도 스페인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나도 두 번의 여행을 다녀올 만큼, 스페인은 많은 이들에게 여행지로 사랑받는 나라다.
전 세계 8200만 명, 그중 한국인은 50만 명이 찾는다는 관광대국 스페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매력을 단 하나로 꼽기는 어렵겠지만, 스페인의 다채로운 매력을 그림책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COVID-19)로 온 세계가 긴장 중인 요즈음. 멀리 여행을 떠나기 어렵지만, 스페인의 매력을 가득 담은 그림책으로나마 잠시 책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올레, 스페인」 : 책 한 권으로 스페인의 매력에 풍덩!
표지부터 스페인스럽다. ‘호기심 많은 아이를 위한 문화 여행’이라는 부제를 담은 「올레, 스페인」(모니카 비엔-쾨니히스만 글, 마리아 덱 그림, 이지원 옮김, 풀빛, 2018년)은 스페인의 A부터 Z까지 두루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글쓴이는 폴란드 출신이지만, 스페인에 매료돼 책을 쓰고, 스페인을 소개하는 블로그(hiszpanskiesmaki.es)를 운영하고 있다.
「올레,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 재미난 풍습과 유래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스페인의 모습들을 쉽고 재밌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스페인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책의 곳곳, 글과 문장에 오롯이 드러나 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스페인에 관심 있는 어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페인 교양서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스페인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 「내 마음의 지도책」 : 독자를 꿈의 세계로 이끄는 책
아메리카를 발견한 탐험가 콜럼버스의 나라로도 유명한 스페인은 이후 대항해 시대를 열어 세계 최고 해양제국으로 위엄을 뽐내던 나라이기도 했다. 유럽 끝에 스페인이 있다면, 내 마음 속 상상의 나라 지도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꿈꾸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세계, 환상의 나라 지도책을 그린 그림책 「내 마음의 지도책」(미아 카사니 글, 아나 데 리마 그림, 엄혜숙 옮김, 풀과바람, 2018년)을 만나보자.
스페인 출신 두 작가의 작업으로 탄생한「내 마음의 지도책」은 마치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가장 높은 등대, 초록 도시, 소원의 미로, 비타민 호수, 뒤집힌 계곡, 알록달록 정글, 분실물 보관소 사막, 풍선껌 화산, 얼음 음악당, 나비 도시, 큰 바다 숲, 잠자는 고래, 거꾸로 세계와 달콤한 섬들까지.
마치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닮은 듯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오직 상상에서나 가능할 법한 신기한 글과 그림이 독자를 꿈의 세계로 이끈다. 상상의 나라 지도 끝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 「주인공은 너야」 : 모든 어린이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책
스페인을 알아가고,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면, 내 꿈을 꿔보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전시와 「내 마음을 말할 때」, 「모두 식탁으로 모여 봐!」, 「엄마는 해녀입니다」 그림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을 만나보자.
그녀의 다양한 그림책 중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주인공은 너야」(마크 패롯 글, 에바 알머슨 그림, 성초림 옮김, 웅진주니어, 2019년)다. 이 책은 에바 알머슨(Eva Armisen)의 남편이자 스페인 음악가 겸 작곡가인 마크 패롯(Marc Parrot)과 함께 ‘내 인생의 무대’를 주제로 멋진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너야」는 남편 마크 패롯이 연주와 노래를 하고, 에바 알머슨이 노랫말을 커다란 도화지에 그림으로 그려 작업한 공연을 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꿈과 행복을 주던 공연이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주인공은 너야」에서는 여섯 가지 직업을 글과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내 인생이라는 공연무대에는 어떤 꿈과 직업이 있을까? 다양한 재능과 재주로 똘똘 뭉친 여섯 친구들이 만든 멋진 무대가 궁금하다면, 에바 알머슨과 마크 패롯이 전하는 행복한 그림책을 만나 보자.
◇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행사를 즐기고 싶다면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에 앞서 2019년 10월에는 스페인 국왕 내외 펠리페 6세(Felipe VI) 스페인 국왕과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Letizia Ortiz Rocasolano) 왕비가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며, 두 국가의 우정을 돈독히 했다.
두 나라는 2020년과 2021년을 ‘한국-스페인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해 다채로운 외교와 문화 행사를 기획했다. 멀리 스페인으로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행사’를 소개한다.
오는 6월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오는 6월 28일까지 스페인 화가 마놀로 발데스(Manolo Valdes)의 야외조각 작품 ‘La Pamela’를 전시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방돔 광장과 싱가포르의 가든베이, 미국 뉴욕의 보태니컬 가든 등 세계 명소에 설치됐던 작품이다.
‘Más vale un amigo que pariente ni primo.’
스페인에는 ‘친척이나 사촌보다, 친구가 더 값지다’라는 의미를 지닌 명언이 있다. 코로나19(COVID-19)가 어서 종식되고, 명언처럼 70년 동안 이어온 두 국가의 우정은 물론, 스페인 그림책이 한국에서도 지금처럼 오래도록 사랑받았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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